설탕 소비는 문명의 척도라고 한다. 식품과 음료 등에 안쓰이는 곳이 없을 정도인 까닭이다.

덕분에 현대인의 건강을 위협하는 공적(公敵)이 됐다. 하지만 중세시대만 해도 귀한 식재료였고 사치품이었다.

왕이나 귀족들만 먹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설탕이 보편화 된 것은 16세기 이후다. 일반인도 어렵지 않게 설탕을 접할 수 있게 된데는 유럽인들은 아프리카 노예들의 값싼 노동력과 사탕수수재배 덕분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영국이 있었다. '설탕혁명'시대를 주도하면서 막강한 부를 축적했고 '산업혁명'으로까지 이어졌다.

설탕이 식물추출물이면서 인류사를 바꾸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말하는 이유다. 그리고 세계사를 움직인 ‘세계상품’의 대표 주자가 됐다.

이런 설탕이 건강의 적이라는 인식은 오래되지 않았다. 식재료 이전 약재로 맹활약 하던 때도 있었다. 특히 이슬람국가에서 자주 사용됐다.

중세 유럽시대엔 결핵 치료에 썼다는 기록이 있다. 귀한 세공품으로 국왕이나 귀족 파티를 장식하기도 했다. 웨딩 케이크의 기원이다.

하지만 반세기 전부터 소금 밀가루와 더불어 삼백(三白)으로 불리며 성인병의 주범으로 꼽히고 있다.

‘달콤한 살인자’란 별명까지 붙었다. 물론 이를 이용한 달콤한 상술도 등장했다.

‘제로 슈거’  ‘제로 콜라’ 등 탄산음료에 이어 최근엔 ‘제로 슈거 소주’까지 나왔다.

그렇지만 설탕의 중독성에 대한 경고는 줄지 않고 있다. 뇌까지 미치는 중독의 속도가 담배 니코틴이 10초, 설탕은 불과 0.6초다. 담배보다 약 20배 빠른 속도로 뇌를 자극할 정도로 중독성이 강하다는 얘기다.

덕분에 위상도 하루가 다르게 곤두박질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비만을 21세기 신종 전염병으로 규정하면서 '주범' 범주에 설탕을 넣었다. 이를 바탕으로 나라마다 가공식품에 설탕세를 부과하는 추세다.

선도국은 호주, 아일랜드, 스페인, 포르투갈 등이다. 2009년 ‘비만금지법’을 도입한 일본도 일부 기업과 공공기관 종사자에게 '비만'이면 벌금을 물린다. 미국도 예외가 아니다.

'문명의 척도'였던 설탕소비를 어떻게 규제하느냐에 따라 '국격의 척도'가 된 시대다.

반면 우리는 아직 설탕규제에 있어서 미미하다. 1920년 사탕무를 원료로하는 제당공장이 평양에 처음 들어선 이후 100년이 지난 지금 설탕소비 대국이 된지 오래다.

그런데도 이렇다할 제재가 없다. 광고 제한 정도가 전부다. 이런 가운데 오는 12일 국회 정기 국정감사장에 요즘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탕후루' 프랜차이저 대표를 부른다는 소식이다.  

설탕을 겹겹이 입힌 과일 꼬치 '탕후루'는 전국 동네 곳곳 없는 곳이 없을 정도다. 이번 국회 출석 예정인 프랜차이저는 전국 매장만도 420개에 이른다.

소환 이유는 '청소년의 건강권을 위한 질의 차원'이라고 한다.

하지만 여론은 그리 좋지 않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탕후루를 팔지 못하게 할 것도 아닌데 불러서 무엇을 물어보려는 것인지, '시선끌기 한탕주의'의 전형이라며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설탕은 과도하게 먹는 것이 문제다. 당류 함량에 대한 특별한 규제가 없는 가운데 상품을 문제 삼으려는 것은 본말(本末)이 전도(顚倒)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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