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면이 바다인 우리나라는 포구마다 계절 진객이라 부르는 생선이 여럿 있다. 얼마전 명성을 날린 민어도 그중 하나다.

복더위에는 민어탕이 1품, 도미탕이 2품, 보신탕이 3품’. 또 조선시대엔 ‘양반은 3복에 민어를 먹고 평민들은 구탕(狗湯)을 먹는다’고 하며 오뉴월 여름의 고급 음식중 첫 손가락으로 꼽았다.

맛있는 건 탕과 회뿐만이 아니다. 미식가들은 쫄깃하고 기름진 뱃살과 꼬리살, 지느러미살을 먼저 먹는다. 뜨거운 물에 살짝 데쳤다가 찬물에 헹군 껍질을 참기름 소금에 찍어 먹는 것도 별미다. 구이, 전, 아가미무침, 뼈다짐 등 못 먹는 게 없다.

알마저 생선 알중 최고로 친다. 가격이 비싼 게 탈이지만 말이다. 민어가 유명세를 잃을 쯤 되면 전어가 그 자리를 대신한다.

지금이야 워낙 흔해 국민 생선 축에도 못 끼지만, 1980년대만 해도 반열 1위였다. 전어라는 명칭의 유래에 대해 실학자 서유구는 ‘임원경제지’(1827년)에서 서울의 양반, 서민 할 것 없이 소금에 절인 전어를 ‘돈(錢) 귀한 줄 모르고 먹는 생선’이라고 기록했다.

정약전은 ‘자산어보’(1814년)에서 모양새가 화살촉을 닮았다 하여 전어(箭魚)라고 썼다. 지역에 따라 새갈치, 엿사리, 전어사리 등으로 불리며 동해에선 어설키라고 한다.봄철 도다리라면 가을에는 단연 전어라는 말도 그래서 생겼다.

양미리와 도루묵은 겨울 진객이다. 얼음이 얼기 시작하면 강원도 동해안에서 이름을 날리는 귀한 손님중 하나다. 그렇다면 도루묵의 어원과 양미리의 진짜 이름을 아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임진왜란 때 신의주까지 피난 간 선조가 먹고 맛이 있어 감탄했던 ‘목어(木魚)’라는 생선을 궁궐로 돌아와 다시 먹고 실망해 “도로 목어라 해라”라고 해서 생겨났다는게 정설이다.

이런 내용은 한때 중학교 교과서에도 실린 적이 있어 더욱 그랬다. 일부 학자들은 돌이 붙는 생선은 ‘돌’이 붙지 않은 물고기에 비해 흔하고, 질이 떨어진다는 어원적 의미에 비추어 볼 때 목어라는 도루묵도 이와 무관치 않으며, 목어 앞에 돌자가 붙어 변형된 이름이라 주장하기도 한다.

또 어부들이 잔뜩 기대를 하고 그물을 건져보니 좋은 물고기는 하나도 없고 모두 질이 떨어지는 ‘도루묵’뿐이었다고 해서 ‘말짱 도루묵’이라는 표현도 등장했다는 것이다.

지난 23일 후쿠시마 오염처리수 방류를 계기로 제철 생선의 의미를 생각하며 수산 업자들의 근심을 함께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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