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은 우리의 주식이지만 가끔 잊고 산다. 제대로 대우 받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탄수화물이 비만의 주범이라는 인식이 팽배한 탓도 있다.

특히 젊은층에서의 거부감이 쌀의 존재감을 약화시키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덕분에 '밥심'이란 말도 잊혀지고 있다. 그러다보니 소비량 감소는 덤이 됐다.

실제 지난해 국민 1인당 쌀 소비량은 약 59kg으로 10년 전보다 15kg이나 감소했다. 하지만 쌀에는 모두가 알고 있는 오해와 진실이 있다.

균형 잡힌 식단이라는 것도 그중 하나다. 물론 탄수화물을 함유하고 있지만 당질, 단백질, 지방, 무기질, 식이섬유 등 유익 성분도 많다.

때문에 쌀 중심의 식단이야말로 비만과 고지혈증, 당뇨, 고혈압 등 성인 질환을 예방하는 균형 잡힌 식단이라 주장하기도 한다.

국내 농업의 다양화가 이루어졌다고 하지만 쌀농업은 여전히 우리 농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전체 농업 생산액의 18%나 된다.

지난해 8조8000억원어치나 생산했다. 식량안보 등 공익적 가치를 따지면 더 늘어난다. 연 33조원에 이른다는 조사도 있다. 국내 쌀은 질 측면에서도 세계최고 수준이다.

품종도 품종이지만 도정시설의 선진화 덕분이다. 어디 도정 기술 뿐인가. 밥을 짓는 솥도 세계 최고다. 그중 무쇠솥과 돌솥은 압권이다.

이를 현대화한 압력밥솥도 한국을 대표하는 명품으로 아시아권에서 명성이 자자하다. 아울러 쌀을 이용한 가공식품 또한 세계인의 사랑을 받은 지 오래됐다.

쌀스낵, 그래놀라, 파스타 등 간편 대용식부터 쌀아이스크림까지 다양한 제품이 시중에 나와 있다. 즉석밥은 해외 여행 필수품이 됐고 쌀로 만든 막걸리부터 맥주에 이르기까지 세계인의 입맛도 저격하고 있다.

'밥 한번 먹자'라는 살가운 이야기도 있다. 선사시대부터 이어온 주식을 떠나 인간의 마음을 이어주는 뜻이 정겹다. 호칭은 또 어떤가. ‘진지’, ‘뫼’, ‘수라’ 등등 높여 부르는 말까지 있으니 설명이 필요 없다.

그렇다면 우리는 세끼밥을 언제부터 먹었을까. 근세부터라는 것이 정설이다. 그 이전에는 아침, 저녁 두끼가 관례였다. 문헌에 점심이 처음 나온 것은 1406년 태종 실록이다.

심한 가뭄이 계속되자 태종은 각 관아에서 먹던 점심을 폐하라고 지시했다는 내용이 그것이다. 당시 중앙관서에서는 간단한 간식과 차를 마시는 다시(茶時·지금의 티타임과 유사)를 즐겼는데 이를 점심으로 표현한 것이다.

조선 정조 때 실학자 이덕무는 자신의 저서 양엽기(鴦葉記)에서 백성은 아침저녁 한 끼 5홉씩 하루 한 되를 먹는다고 했다.

또 병조참판 정의양은 임금에게 양식을 비축해야 한다는 상소를 올리면서 비축 군량미의 양을 조석 2식(朝夕二食)을 기준으로 잡고 있다.

이 같은 기록으로 보아 조선시대엔 하루 두 끼를 먹었던 것이 확실하다. 조반석죽(朝飯夕粥), 당시 부족한 식량에서 비롯된 1일 2식도 있다.

아침을 거르는 이들이 많아진 현대와는 질적으로 다른 뜻이지만 말이다. 아무튼 어제가 쌀의 날이었다. 8월 18일. 한자 쌀 미(米)를 풀어 八, 十, 八로 표현한 것이다.

쌀 한 톨을 얻기 위해선 농부의 손길이 818번 필요하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 2015년 제정했으니 올해로 8회째다. 지속적으로 이어져 잊혀지는 쌀에 대한 소중함을 되새기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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