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주막국밥집 외관. (사진=김우영)
수원주막국밥집 외관. (사진=김우영)

내가 자주 가는 음식점과 술집들은 거의 모두 화성 성안에 있다. ‘참새 방앗간’인 호프집 '다담', 막걸리가 먹고 싶을 때 들르는 '예술가', 몸이 허할 때마다 한 그릇 먹게 되는 '소머리국밥집 충남집', 어쩐지 딱 한잔이 더하고 싶을 때 나도 모르게 발길이 닿는 '혜미통닭' 등...

이 단골집들의 특징은 주인의 품성이 넉넉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주인장들과도 허물없이 지내고 있다.

이 집들을 드나들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이재규 (사)수원화성음식문화연구회 회장(61. 문경대 특임교수, 조리과학과 박사)도 그 중의 한명이다.

이재규 (사)수원화성음식문화연구회 회장. (사진=김우영)
이재규 (사)수원화성음식문화연구회 회장. (사진=김우영)

수원사람이라면 한번쯤은 보았을 정도로 많은 점포가 있는 커피집 ‘서동진의 커피랩’ 서동진 대표(수원화성음식문화연구회 부회장)로부터 소개 받았다.

그 자리에서 이 회장과 서 대표는 수원화성음식문화연구회 자문위원을 맡아달라는 부탁을 했고 나는 흔쾌히 승낙했다.

지금은 활동을 접었지만 서동진 대표와 함께 수원 최고의 인터넷음식카페를 창설할 정도로 지역음식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과문하지만 수원의 음식과 관련된 글도 몇 편 써서 여러 매체에 발표했다.

한 때는 잊혀 진 역사 속의 음식을 재현하는데 기여하기도 했다. ‘삼합미음죽’이다. 이 음식은 정조대왕이 능행차에 동행한 모친 혜경궁의 건강을 걱정해 만들어 올린 건강식품이다. 찹쌀과 쇠고기, 홍합, 해삼을 넣었다.

‘원행을묘정리의궤’에는 ‘정조는 혜경궁 홍씨를 위해 특별히 미음과 죽, 노인용 식사를 준비하라고 지시했다’고 기록하고 있다. ‘홍합은 허리와 다리를 튼튼하게 하며 해삼은 신장을 보하고 쇠고기는 당뇨와 부종을 낫게 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당시 영동시장 문화관광형시장 육성사업단에서 영동시장을 대표하는 음식으로 개발한 것인데 아이디어를 내가 냈다. 영동시장 2층에 '약선'이라는 음식점을 열고 판매하기도 했다.

나는 삼합미음죽과 수원흑부두, 수원약과, 오목내 떡전 떡 등도 수원의 맛으로 발굴해 널리 알리자고 주장한 적도 있다.

돼지등뼈에 감자를 넣고 푹 끓인 수원사뎅이, 광교보리밥 등도 수원을 대표하는 음식이라고 할 만하다.

지난 해 수원화성문화제 기간 중인 10월 7일 ‘제12회 수원 전국요리경연대회’가 수원화성박물관 부설주차장에서 열렸다. 이 대회의 주제는 ‘수원 맛, 오미(五味)’였다.

‘오미’는 수원갈비, 수원통닭, 수원지동순대, 수원주막국밥, 수원광교산 산나물 보리밥 등 다섯 가지였다. 이 중 ‘수원주막국밥’이 궁금했다.

이재규 회장이 개발한 수원주막국밥. (사진=김우영)
이재규 회장이 개발한 수원주막국밥. (사진=김우영)

수원은 예로부터 교통의 중심지였다. 장사를 하기위해서, 과거시험을 보기위해서 삼남에서 한양으로 갈 때는 수원을 거쳐야 했다. 숙식을 할 수 있는 주막이 번성했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겠다. 특히 화성 축성되고 영화역이 생기면서 형성된 장안문 밖 새술막거리에는 늘 사람이 북적거렸을 것이다.

그러니 이들을 위한 대중음식인 국밥이 발달할 수밖에 없다. 그렇기는 하지만 당시의 국밥이 어떤 것이었지는 알 수가 없었다.

그러던 차에 이재규 회장이 수원주막국밥집(수원시 팔달구 정조로 887, 수원시 예절교육관 A동 1층 101호)을 열었다는 소식을 듣고 두어 차례 방문해 보았으나 시간이 늦었거나 휴일이라서 맛을 볼 기회가 없었다.

지난 주 벼르고 별러 다시 방문했을 때 드디어 그 맛을 볼 수 있었다. 내 평가는 만족이었다. 재료 맛이 담백하게 살아있었다. 화학조미료를 쓰지 않았지만 감칠맛 또한 좋았다.

이 회장은 우거지, 시래기, 고사리, 토란대, 대파, 무, 쇠고기 양지, 사골과 잡뼈를 우려낸 육수가 들어간다고 했다.

“과거를 보러 가던 지방 선비들이 먹었을 만한 국밥을 생각해 봤어요. 담백하고 섬유질이 많은 음식은 소화흡수가 잘 돼 머리를 맑게 해주기 때문에 수험생들의 식사로 그만이에요. 앞으로 대학입시나 공무원 시험, 임용고시를 볼 수험생들도 수원주막국밥을 먹으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겁니다.”

농담 같았지만 막상 먹어보니 그럴 법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종가집에서 태어난 그는 어렸을 때부터 할머니와 어머니가 된장, 간장, 두부 등을 직접 만드는 모습을 보며 자라 자연스럽게 우리음식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한다.

초둥학교 3학년 때 양평에서 수원으로 이주, 갈비음식점 가리쟁이 등을 운영하면서 경험을 쌓는 한편 석사학위(논문 ‘수원갈비 역사성에 관한 연구’), 박사학위(논문 ‘조리사들의 직업 자아실현도 만족도’)도 받았다.

"음식이 맛있어요" "재료가 신선해요" "친절해요" "가성비가 좋아요" "혼밥하기 좋아요" "건강한 맛이에요" "뷰가 좋아요" 등이 수원 주막국밥집을 방문해 본 사람들의 평가다.

입맛은 각자의 취향에 따라 다르지만 나의 평가도 이와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다만 국밥집인데 막걸리가 없다는 것이 흠이랄까. 그 건물에서는 술을 팔지 못한단다. 수원시 예절교육관 소속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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