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일공고 교실과 10m 떨어진 곳의 폐가에 넝쿨식물이 뒤덮고 있다. (사진=김충영 기자)
삼일공고 교실과 10m 떨어진 곳의 폐가에 넝쿨식물이 뒤덮고 있다. (사진=김충영 기자)

[수원일보=김충영 기자] 방치되고 있는 공·폐가 문제는 전국 곳곳마다 농촌, 도시 할 것 없이 공통으로 발생하고 있다. 그리고 골칫덩이로 전락한 공·폐가에 대해 많은 지자체들이 다양한 해결책을 강구하면서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수원특례시도 예외는 아니다. 곳곳에 공·폐가가 산재한 채 흉물로 변해 도시미관을 크게 해치고 있다. 수원은 특히 세계문화유산 화성이라는 걸출한 역사 유적이 자리잡고 있어 서둘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에 본보는 현장취재를 통해 그 실태를 조명하고, 전국 지자체의 공·폐가 처리 및 대책 활용방안을 짚어본다. (편집자 주)

 넝쿨식물이 누렇게 말라버린채 폐가를 뒤덮고 있어 도시미관을 크게 해치고 있다.  (사진=김충영 기자)
넝쿨식물이 누렇게 말라버린채 폐가를 뒤덮고 있어 도시미관을 크게 해치고 있다.  (사진=김충영 기자)

수원시 팔달구 행궁동(매향동 16-9번지)에 거주하는 정재진(80).박진순(75)씨 부부는 집 앞에 무너져 내린 집과 빈집으로 마음이 심란하다. 정씨가 살고 있는 골목은 1960~1970년대 2m 폭의 현황도로를 중심으로 13채의 주택이 자리잡고 있는 골목 마을이다. 이로인해 막다른 골목이라는 특이점으로 이웃들과 대·소사를 함께하며 한 가족이나 다름없이 지내왔다.

그런데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골목 마을이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문제의 발단은 수원화성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면서 수원시가 화성주변의 무질서한 건축 방지를 들어 정비계획 수립 전까지 건축허가를 중지시켰기 떄문. 이런 조치는 화성 안에서는 재.건축을 할 수 없는 곳이라는 인식을 갖게 하는 계기가 됐다.

더 이상 집수리를 하지 못하게 되자 낙후된 집을 찾는 세입자가 끊겼다. 집주인들은 폐허나 다름없는 집에 살기가 불편해지자 시내에 거주하는 자녀 집으로 이주하면서 빈집이 갈수록 늘어났다. 시간이 지나면서 텅 빈 집은 한 채 두 채 붕괴되기 시작했다. 최종에는 6채의 빈집이 발생했고 빈집은 해가 거듭되면서 4채가 무너져 내렸다.

더욱이 몇 년 전 수원에서 발생한 흉칙한 사건으로 늦게 귀가하는 날에는 무섭기까지 했다고 한다. 봄이면 무너져 내린 지붕으로 넝쿨 식물 가지가 온통 뒤엉키면서 여름이 되면 거대한 숲으로 변했다. 더욱이 밤만 되면 날짐승과 고양이, 온갖 곤충들의 소굴로 바뀌어 소음과 함께 악취가 진동, 폐허가 되고 말았다.

대문이 보이는 집이 정재진와 박진순씨가 63년 동안 살고 있는 집. 뒷쪽은 삼일공고, 오른쪽은 폐가가 자리잡고 있다. (사진=김충영 기자)
대문이 보이는 집이 정재진와 박진순씨가 63년 동안 살고 있는 집. 뒷쪽은 삼일공고, 오른쪽은 폐가가 자리잡고 있다. (사진=김충영 기자)

정씨는 이 집에서 1961년부터 63년을 살고 있다. 1980년대 중반부터 통장을 맡아 20년이 넘게 봉사해왔고, 부인 박씨 또한 남편의 뒤를 이어 10여 년 전부터 통장을 맡아 왔다. 통장 일을 보면서 기회가 있을 때마다 행정기관에 폐가옥 처리 건을 계속 건의했으나 돌아오는 답은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는 말만 20여년을 들어왔다.

폭 1.5~2m, 길이 70여 m의 좁은 골목길. 자동차는 커녕 어른 두명이 바듯이 지나갈 정도의 외딸은 골목길을 끼고 13채의 주택이 형성돼 있다. (사진=김충영 기자) 
폭 1.5~2m, 길이 70여 m의 좁은 골목길. 자동차는 커녕 어른 두명이 바듯이 지나갈 정도의 외딸은 골목길을 끼고 13채의 주택이 형성돼 있다. (사진=김충영 기자) 

이곳 도로는 자연발생적으로 형성되다보니 폭이라야 고작 2m에다 길이 70m의 외따른 골목길이 전부다. 그러다보니 집을 수리하기 위해 자재를 들여오려해도 자동차는 커녕 어른 두명이 빠듯이 지나갈 정도의 좁은 길로 인해 손도 대지 못하는 실정이다. 더욱이 무너진 집을 철거하려 해도 포크레인 같은 번듯한 장비나 트럭이 들어올 수 없어 꿈도 꾸지 못하고 있다.

폐가 골목으로 인해 피해를 보는 곳이 또 있다. 이곳과 불과 10m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에 삼일공업고등학교(교장 김동수)가 인접해 있다. 그러다보니 교실 바로 앞에 자리잡고 있는 무너져내린 폐가옥이 여름에는 악취가 진동하고 해충과 고양이 소굴로 변함으로써 학교주변 경관이 엉망이 되고 있는데다 학생들의 면학 분위기를 심하게 해치고 있다는 것이 학교 관계자의 설명이다.

김동수 교장은 “학생들의 정서적 안정과 학습권이 침해받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면서 “교육환경과 학습권은 어떠한 경우에도 가장 우선적으로 보호받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세계적인 문화유산인 화성과 이웃한 학교로서 안전한 교육이 이뤄질 수 있도록 행정기관에서 폐가옥 철거와 함께 학생들과 주민들, 방문객 모두가 안심하며 다닐 수 있도록 시급히 도로를 신설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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