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습을 드러낸 별주 전경. (사진=김우영)
모습을 드러낸 별주 전경. (사진=김우영)

그동안 우화관과 별주 복원공사 현장은 가림판에 가려져 있어 시민과 관광객의 궁금증을 자아내게 했다. 그러나 가림판에는 옛 수원과 현재의 모습 그림과 사진, 정조대왕과 순조 등의 수원행차 그림 등이 그려져 있어 그 나름대로 볼거리를 제공했다.

가림판이 제거되고 별주가 다시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감동이 밀려왔다. 아, 드디어 화성행궁 전체 복원이 이루어지는구나.

1989년 ‘화성행궁 복원 대장정’이 시작됐다. 고맙고 영광스럽게도 나도 이 일에 동참, ‘화성행궁 복원추진위원회’ 홍보부장으로 이름을 올렸다.

당시 심재덕 수원문화원장과 ‘수원사랑’편집위원들은 일제가 민족정기를 훼손하기 위해 철거한 화성행궁을 복원해야 한다는 원대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어렵고 또 어려운 일이었다. 그 자리에 있는 수원의료원(경기도립병원)과 경기도여성회관, 수원경찰서, 신풍초등학교를 이전시켜야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1989년 수원의료원을 그 자리에 신축하겠다는 계획이 발표됐다. 큰일이었다. 그곳은 화성행궁 중심건물들이 있던 곳인데 병원이 신축되면 화성행궁 복원계획은 물 건너 간 것이나 다름없게 된다.

위기감을 느낀 심재덕 원장은 사전 약속도 없이 당시 임사빈 경기도지사실을 방문했다.

지금은 모두 고인이 된 김동휘 선생, 이종학 서지학자, 안익승 경기도 유네스코회장, 이승언 향토사학자 등과 함께였다. 물론 심 원장도 고인이 된 지 오래다.

이들은 임 지사에게 행궁자리에 있던 경기도 수원의료원과 수원경찰서, 여성회관, 신풍초등학교를 옮기고 화성행궁을 복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 제국주의의 간악한 책동으로 파괴된 화성행궁 터에 수원의료원을 증축하면 영원히 화성행궁을 복원할 수 없다. 그러니 수원의료원 증축 계획을 철회해 달라”는 것이다.

이야기를 들은 임 지사는 담당 국장에게 그 계획을 바꿔 수원의료원을 연초제조창 옆으로 이전하라고 지시했다.

수원화성행궁 중건복원이 현실화되기까지 심재덕 등 많은 이들의 노력이 있었다. 우리는 이들의 노고와 함께 ‘임사빈’이란 이름도 절대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의 결단이 없었으면 화성행궁 복원은 불가능했다.

불가능은 가능으로, 꿈은 현실로 바뀌었다. 첫단추는 ‘화성행궁 복원추진위원회’ 구성이었다. 1989년 6월 17일 수원문화원 2층 회의실에서 화성행궁 복원추진 위원회 발기인회가 개최됐다.

위원장 김동휘, 부위원장 홍의선·안익승·심재덕, 추진본부장 이홍구, 기획부장 임병호, 총무부장 송철호, 사료편찬부장 이승언, 섭외부장 김상용, 홍보부장 김우영 등이 선출됐다. 이와 함께 이종학·김동욱·김학두·리제재·송태옥·이상봉·이완선·이호정·조웅호·최홍규 이사(10명), 이근환·정규호 감사(2명) 등 각계를 대표하는 위원 81명이 선정됐다.

1990년 12월 22일 화성행궁에 있던 수원의료원이 이전됐으며 1993년 8월 10일에는 화성행궁 복원이 수원시정의 중점시책으로 선정돼 행궁복원을 위한 장기계획이 수립됐다.

1996년 5월 3일 경기도로부터 설계심의를 받았고 그해 7월 18일 화성행궁 복원 기공식이 거행됐다. 화성행궁 1단계 복원사업은 2003년 완료됐고 그해 10월 9일 화성행궁 개관식이 열렸다.

그리고 마침내 올해 12월 수원 화성행궁 2단계 복원을 끝으로 지난 1995년부터 추진한 수원 화성행궁 복원·정비사업이 마무리 된다.

2단계 사업에서는 1단계 사업에서 복원하지 못한 우화관, 별주 등 80여 칸의 행궁 건축물을 복원하고 있다.

우화관 전경. (사진=김우영)
우화관 전경. (사진=김우영)

우화관은 한양에서 화성부에 공무(公務)로 간 사람들이 머무는 객사(客舍)이자 임금의 전패나 궐패를 모시고 한 달에 두 차례씩 왕이 있는 곳을 향해 배례하는 엄숙한 장소이기도 했다.

별주는 행궁의 수라청으로, 혜경궁 홍씨와 정조의 수라상, 각종 행사 음식 등을 마련한 곳이다.

우화관. (사진=김우영)
우화관. (사진=김우영)

나는 지난해 11월 1일자 수원일보 ‘광교칼럼’에 우화관 상량식에 참석하면서 느꼈던 소회를 밝힌 바 있다. 화성행궁 복원추진위원회 출범 이후 지금까지의 과정을 설명한 뒤 “그간의 세월 속에 잠들어 있던 기억들이 머릿속에서 되살아나 가슴을 설레게 한다. 그 세월, 그 기억들은 꿈만 같다.”고 썼다. 중영과 이아도 복원되면 좋겠다는 소망도 함께.

눈앞에 드러난 온전한 행궁의 모습을 보면서 지금은 세상에 없는 심재덕·김동휘·이종학·안익승·이승언...나를 참 아껴주셨던 이들의 이름을 가만히 불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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