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일 대통령 선거 끝난 지 1년 됐어도 상대 불인정

- 여야 대화 가뭄에 콩나듯 민생법안은 국회 계류중

- 야당대표 체포동의안 부결 계기 정치판 더 경색

오는 9일이면 대통령 선거가 끝난 지 꼭 1년이다. 그러나 정치권은 아직 선거 당시 그 때 그 시절이다. 상대를 인정하지 않고 있어서다. 오히려 타도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 특히 야당이 그렇다. 간발의 차이로 정권을 내준 탓도 있지만 국회의 다수 의석이라는 ‘뒷배’가 최대 무기다. 그러다보니 여당과의 대화도 가뭄에 콩나듯 한다. 역시 상대를 인정하지 않는 탓이다. 

자칫 여당이나 정부를 인정이라도 하면, 야당은 추종자들까지 나서 적극 공세를 퍼 붓는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소신을 잃어버리는 정치인들도 더 많아졌다. 배신자 낙인이 두렵고 내년 총선 공천이 걸려 더욱 그렇다. 여.야 모두 겉으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모습을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리고 그 이면엔 속칭 '가스라이팅'이라 불리는 선동적 요소도 있다. 

 가스라이팅은 타인의 심리를 교묘하게 조작해 지배하는 정신적 학대를 뜻하는 단어다. 정치권에 접목되면서 일부 정치인이 허위 정보와 협박을 통해 불특정 추종 세력을 선동하는 행위로 의미가 확대됐다. '편 가르기'의 전형적인 방법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그리고 이러한 사실은 우리의 정치판에 엄연히 존재하고 있다.

지난달 27일, 예상대로 야당대표의 체포동의안이 국회에서 부결됐다. 하지만 과반수를 못 채웠을 뿐이지 찬성이 더 많았다. 따라서 시사하는 바도 매우 컸다. 야당대표의 방탄 프레임이 당내에서도 설득력을 잃어가고 있음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지역정가에 미치는 영향도 클 것으로 보인다. 4명의 국회의원과 시장이 민주당인 수원시도 마찬가지다. 특히 내년 총선을 염두에 둔 야당 예비후보자들은 더욱 혼란에 빠질 것으로 예상된다. 

벌써 당내 마찰이 가시화되고 분당 가능성까지 점쳐지고 있어서다. 어느 줄에 서야 하나 고민도 깊다. 덩달아 비난 수위가 높아진 여.야 정치인 현수막 싸움도 더욱 치열해질 것이 분명하다. 검찰의 야댱대표 구속영장이 개인비리라는 여당과 정치 탄압이라는 야당의 주장이 맞물려서다. 이를 보는 시민들은 다시 혼돈으로 빠질 수밖에 없다. 작금의 정치상황으로선 옳고 그름의 판단 기준을 세우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앞으로 정치판은 더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야당대표가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 시절 비리에 연루됐다는 사건이 적지 않다. 이를 국회로 끌어들일 경우 여야의 충돌은 더욱 격해질 수밖에 없다. 덩달아 국회는 개점휴업 상태가 된다. 그렇게 되면 국가운영을 위한 각종 법안이 산적해 있지만 처리는 또 하세월이 될 공산이 크다. 민생이 어려운 것이 요즘이다. 여.야 대립이 장기화될수록 서민들의 삶은 더 피폐해 질 수밖에 없다. 

지난해 연말 교수들은 올해의 사자성어로  '과이불개(過而不改)'를  꼽았다. '잘못을 하고도 고치지 않는다'는 뜻이다. 뿐만아니다. 과이불개 다음으로 덮으려고 하면 더욱 드러난다는 '욕개미창(欲蓋彌彰)‘을 선정했다. 그리고 여러 알을 쌓아놓은 듯 위태롭다는 '누란지위(累卵之危)’, 과오를 그럴듯하게 꾸며대고 잘못된 행위에 순응한다는 '문과수비(文過遂非)', 눈먼 사람들이 코끼리를 더듬으며 말한다는 뜻의 '군맹무상(群盲撫象)'도 함께 뽑았다. 참으로 신기하다. 어쩌면 작금의 정치판을 그리도 정확히 예측했을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대통령 선거 1년이 다된 요즘도, 대통령을 향해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한을 사적 이익을 위해, 정적 제거를 위해, 권력 강화를 위해 남용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야당이다. 보는 국민들은 답답하다. 과연 얻는 것이 무엇인지도 의문을 갖게 한다. 이보다 더 중차대한 국가적 현안들이 산적해 있다. 그런데도 편가르기만 일삼는다면  내년 선거는 치루지 않았어도 어떤 결과가 나올지 짐작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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