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국민들의 마음을 뿌듯하게 하는 소식이 연일 전해지고 있다. 비록 이역만리  튀르키예 남부 하타이 지진 현장에서의 한국 긴급구호대(KDRT)의 활약상이지만 귀중한 생명을 구하는 일의 숭고함이 다시금 가슴 뭉클하게 한다. 

지난 13일에도 생존자 3명을 연달아 구조했다. 현지에선 기적이 일어나고 있다며 우리나라 긴급구호대를 향해 '알라후 에크메르 알라후 에크베르(알라는 위대하다)’를 외치며 감사해 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보도를 접한 국민들, 특히 수원시민들의 감회는 새롭다. 

70년전 6.25참전 형제국이면서 전쟁 폐허 속 갈 곳 없는 고아들을 거두어준 튀르키예와 아픔을 함께하고 있다는 뿌듯함이 있어서다. 힘든 시절 우리를 도왔던 튀르키예를 위해 작은 보탬이라도 돼야겠다며 수원시와 수원시의회가 지난 10일 튀르키예 대사관에 긴급 구호금을 전달했다. 

이어 시민들과 기업이 모은 의류 등 각종 물품과 성금도 전달했다. 그리고 시민과 공직자들도 자발적으로 나서 겨울옷과 성금을 모금중이다. 모두 누가 시켜서 한 일도 아니다. 슬픔을 함께 하겠다는 순수한 마음이 자발적인 행동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번 하타이 지진보다 더한 한국 전쟁의 폐허 속에서 튀르키예 참전 용사들은  방법만 다를 뿐 우리나라 긴급구호대에 버금가는 구조할동을 한 것으로 유명하다. 전쟁 당시 튀르키예군은 수원시 서둔동 옛 농촌진흥청 자리에 주둔하며 인근에 ‘앙카라 학원’을 세우고 전쟁고아 640여 명을 돌보는등 지원 활동을 했다.

참전 군인들이 직접 나서서 먹이고 재우며 공부까지 시켜줬다. 이같은 활동은 전쟁이 끝나고 1966년 튀르키예군 잔류 중대가 철수할 때까지 계속됐으니 10여년 넘게 인도주의 봉사활동를 펼친 셈이다. 1974년 앙카라 학원은 폐쇄됐지만 당시 맺은 수원시와 튀르키예간의 끈끈한 우정과 형제애는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수원에서 전쟁고아를 위한 복지사업을 펼친 튀르키예군을 기념하기 위해 지난 2012년 10월 서둔동 서호초등학교 인근 길에 ‘앙카라길(Ankara-gil)’이라는 명예도로명을 부여했다. 2013년에는 서호초등학교 인근에 ‘앙카라학교 공원’을 조성하고, 2006년 서둔동 45-9번지에 설치했던 ‘앙카라 학원 기념비’를 앙카라학교공원으로 이전, 소중히 관리중이다. 

잘 알다시피 ‘앙카라’는 튀르키예의 수도다. 국민들은 한국 전쟁중 튀르키예 참전 용사들의 활약상도 잊지 못한다. 1만5000명이 참전,. 741명이 전사하고 2068명이 부상당했으며 175명이 실종됐고 234명이 포로가 되는 희생을 치르면서도 자유를 위해 싸웠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와 튀르키예가 피를 나눈 형제란 말도 그래서 나왔다.

‘죽어도 고마움을 잊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흔히 은혜를 받았을 때 표현한다. 그리고 베푼이가  힘들고 어려울 때 잊지 않을수록 그 빛은 발하기 마련이다. 튀르키예 지진 현장에서 꺼져가는 희망의 불씨를 되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대한민국 긴급구호대의 활약상이 꼭 이 모양과 같아 자랑스럽다.

사실 아무리 은혜를 입었어도 베푼이가 어려움에 처하거나 곤경에 빠졌을 때 선뜻 돕기에 나서기란 그리 쉬운 것이 아니다. 나라나 개인이나 모두 마찬가지다. 정치적으로나 사상적으로나 추구하는 노선과 생각이 다를 경우는 더욱 그러하다. 노선이 다르면 서로 문상도 가지 않는 것이 불문율처럼 되어 있다. 해서 인도주의는 아예 기대도 안한다. 동족상잔의 비극을 겪은 우리나라의 보수와 진보의 대립을 떠올리면 더 실감이 난다. 물론 튀르키예 지진과 같이 생명이 담보가 된 천재지변이나 우크라이나 전쟁과 같은 경우는 좀 다르긴 하지만 말이다. 

얘기가 조금 빗나갔다. 한국 긴급구호대가 지금까지 구조한 실종자는 모두 8명이다. 국내에서는 튀르키예를 돕기 위한 움직임이 활발하다. 그 중에는 앙카라학교가 있던 수원지역 주민들도 있다. 어려울 때 서로 돕는 '형제의 나라' 튀르키예와의 국가간 뜨거운 우정을 보며 '나눔'과 '공존‘의 중요성을 다시금 생각해 본다. 아울러 파견대원들의 무사 귀환과 국민들의 지속적인 관심을 기대한다. 십시일반 정성이 모아지면 형제국가의 슬픔을 위로하는데도 큰 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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