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선배를 비롯, 동년배 지인들을 만나면 나이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올해는 만 나이가 적용돼 한 두살이 줄어들어 좋지 않나?’ 하는 덕담도 그 중 하나다. 물론 ‘어느덧 내 나이가···’ 하며 세월의 빠름을 우회적으로 표현하는 말들이지만 듣기가 그리 나쁘지 않음은 나도 나이듦이 아닌가 싶다.

누구나 나이가 들어 생활에 재미와 활기가 부족할 때 이같이 세월을 이야기하기 마련이다. 이는 또 한편으로 생각하면 지금까지 지내온 날들의 변화를 제대로 추구하지 못한데 따른 안위(安慰) 성격이 짙다. 시간이라는 제한된 기회에서도 자신이 행복한 방향으로 선택하지 못한 후회이기도 할 것이다.

사실 나이가 어느 정도 든 삶은 때로는 지루하고 구태의연해 보인다. 특히 더이상 가슴이 뛰는 일도 없고 삶에서 맛볼 것이 조금도 남아 있지 않다는 생각이 들면 사는 게 참 재미가 없다. 특히 아침에 눈을 뜨고 서둘러 일어나야 할 이유가 없어 미적거릴 때 "앞으로 얼마나 더 이래야 할 것인가"라는 생각이 들면 아찔해지기까지 한다. 거기다 변화하는 외모는 어떠한가. 자신외 사람의 내면을 보지 못하는 많은 사람들이 외모를 얘기 할 때는 쉽게 상처도 받는다. 나이들면 삐지는게 다반사라는 빈정도 그래서 사게 된다.

하지만 100세 시대라는 요즘 이렇게 살기에는 너무 아깝지 않은가? '내가 시작하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으면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진리처럼 60대를 청춘으로 생각하면 어떨까. 계묘년 다시금 나를 채찍질 해본다. 정신력은 체력을 견인한다는 이야기도 있다. 아무리 운동을 하고 몸을 가꾸며 건강을 챙겨도 정신이 쇠퇴하면 나이를 이길 수 없는 것처럼 젊은 꿈을 갖는 것도 한가지 방법이 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올해는 부단히 자기최면을 거는 시간들을 많이 가져볼까 한다. 마음 설레이는 것, 내마음 내키는 것, 내가 하고 싶은 것 등을 추구하면서 말이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전체적으로 늙어가고 있는 대한민국의 현실 속에서는 더욱 그렇다. 지금도 그렇지만 아마도 앞으로 60대 후반 이후까지 부모를 돌보는 삶을 살아야 할 것만 같은 불길함도 그중 하나다. 그러려면 쓸 만큼 돈도 필요하다. 계속 일해야 한다는 얘기다. 혹자들은 ‘그 나이에 일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이라 말하기도 하지만 일의 종류와 내용을 들여다 보면 아니올시다가 맞다. 즐기려 일하는 것이아니라 생계와 부양을 위해 일한다는 사실이 얼마나 고역이라는 것인가는 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모른다.

이런 사실을 비춰 볼 때 바뀌는 생애주기도 실감한다. ‘인구대역전’의 저자이며 영국의 경제학자인 찰스 굿하트는 일찍이 전통사회에서의 인생주기를 4단계로 구분한 바 있다. 19세까지는 성장기이고 20·30대는 결혼과 노동 자녀 부양기, 40·50대는 자녀 독립과 부양감소에 따른 저축과 은퇴준비기이며 60세부터는 은퇴 후 노후생활기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고령화 사회가 된 지금은 60대가 은퇴 후 노후생활기가 아니라 60대는 또 다른 노인과 독립하지 못한 자녀를 부양해야 하는 5단계까지 나누고 있다. 그러니 편함과 안락함이 동반돼야 할 60대가 인생주기상 누림은 고사하고 일의  은퇴기까지 늦출 수 밖에 없게 됐다. 한가지 다행스런 것은 있다. 우리 사회의 전체 60대가 그렇지 않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동시대의 삶을 산 동지 입장에서 보면 일부라도 그렇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복지국가를 지향한다는 대한민국 노후생활의 현 주소가 이 모양 이 꼴임에 부아가 치민다.  

게다가 60대에겐 행복한 인생 마무리의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 따라서 이럴 때일수록 사회적 기대에 의지하는 삶은 의미가 없다. 또 외부의 도움으로 삶의 변화를 추구하려 해서도 안된다. 어렵고 힘들지만 오롯이 자신의 몫이라 생각하고 살아있는동안의 모든 일을 ‘의무의 마음보다 즐거운 마음‘으로 대해야 한다. 자기최면은 그래서 필요하다. 평균수명이 길어지는 게 꼭 축복은 아니다. 오래 살기보다는 존엄을 지키며 사는 게 중요하다는 의미다. 오는 6월 만 나이 적용으로 서류상 호칭상 나이는 변할지 몰라도 그저 숫자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되는 2월의 첫날이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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