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속 가능한 지역 언론으로서 다양성 추구

- 상실된 언론인의 신뢰 회복 우선돼야 

- 지역을 대변할 수 있도록 더욱 변화 시도

새해부터 언론인으로서 부끄러움을 느끼는 일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정치인만 연루된줄 알았던 일명 '대장동 사건'의 주역 김만배와 수상한 돈거래를 한  언론인이 여럿 등장했다. 그런가 하면 골프접대 받은 기자들 얘기도 점입가경이다. 

여전히 조사중이지만 김씨는 일찌기 법조계와 인허가권이 있는 여러 분야에서 모종의 역할을 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돈도 많이 챙겼다. 그 돈을 갖고 비리를 덮기위해 이해충돌이 발생할 수 있는 비리도 여럿 저질렀다. 이번에 드러난 수상한 돈거래 사실도 그 중 하나다. 주어진 권한을 이용한 숙주 언론인이 또다른 순치 언론인을  배양한 결과도 낳았다. 

하기야 어느 누구 하나 '돈'에 약하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마는 '사회의 공기(公器)' 라는 언론 종사자들까지 이 모양이 됐다고 하니 자괴감마저 든다. 아울러  사실을 거짓으로, 거짓을 사실로 만들어낼 수 있는 위력의 양면성을 갖고 있다는 언론의 속성도 새삼 실감한다. 모두가 언론의 사명감을 잃게 만든 열악한 우리 언론 환경에서 비롯되는 현상들이지만 말이다. 

차제에, 35년 언론에 종사중이고 한국지역인터넷신문협의회장직을 맡고 있는 입장에서 작금의 인터넷 매체와 지방언론의 현실을 경영자 시각으로 들여다 봤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요즘 지역 뉴스의 면탈권은 이미 거대 포털에 넘어간지 오래다. 인터넷 매체는 물론 대다수 지역 매체는 ‘노출 제휴’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넘었다 하더라도 또다른 다음 산이 앞을 가로막는 위기에 봉착하기 일쑤여서다. 

그만큼 지역언론은 독립된 뉴스 유통을 못하고 있다. 기사노출의 권한을 갖고 있는 검색 플랫폼 포털에 좌지우지 되고 있다. 포털 노출기사 검색수가 곧 구독률과 가독률을 대신하고 있어서다. 이같은 현상은  전국 상대 기존 '메이저' 언론매체들과 같이 시간과 자본 인력을 투자해 다양한 기사를 양산하지 못하는 영세성이 첫째 원인으로 꼽힌다. 

지역언론의 비독립성에 대해 포털에 책임을 돌리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이는 동전의 앞면만 보고 평가하는 것이나 다름 없다. 그들의 뉴스 노출에 관한  나름의 기준이 공정성과 진실성을 담보하는 언론의 역할과 기능을 강조하고 있어서다. 물론 종속 여부는 분명히 존재한다. 그렇다고 그것이 언론 본연의 상실한 역할을 상쇄시키지는 못한다.  

얼마 전 부산일보에 게재된 "동네 뉴스가 사라지고 중앙뉴스만 득세한 데 따른 후유증은 혹독했다"라는 미국의 사례를 읽은 적이 있다. 

"구글과 유튜브 등속의 외부 플랫폼에 광고와 뉴스 트래픽을 빼앗긴 미국 지역 신문과 방송은 줄줄이 파산했다. 전국에 걸쳐 ‘지역 뉴스의 사막화’가 나타났다"는 내용이다. 미국의 일부 지역 뉴스 생태계가 붕괴되는 내용도 소개됐다. 소도시에 유사 언론이 횡행했고. 소고기 맛 식품 첨가물에 빗댄 핑크 슬라임(Pink-slime) 저널리즘 즉, 가짜 언론이 지역 여론을 참칭했다는 내용도 밝혔다. 

그래서 나타난 결과는 다양성이 사라지고 편견과 증오를 부르는 콘텐츠가 만연했고 결국 여론의 양극화와 극단적 진영 갈등만 고착됐다고도 했다. 우리가 겪는 지역언론의 현실과 어쩌면 이렇게 유사한 지 많은 동감을 했다. 그러면서 '과연 대책과 돌파구는 없는 것인가' 하는 대안 제시에도 공감했다. 

대안 제시는 이랬다. 비록 좌초 됐지만, 미국은 대안으로 지역언론에 세금을 감면하는 ‘지속가능한 지역언론 법안’을 시도한 적이 있다.  뉴스의 패러다임을 바꾸려는 노력 또한 기울였다. 신문사 경영을 더 이상 영리 모델로 삼지 않고 대신 공공재인 뉴스를 제공하는 대가로 기부 금품을 모집하는 방식도 그 중 하나다. 구독료 혹은 기부금에 세액 공제를 제공하는 공공 자선 단체로의 변화를 모색한 셈이다. 그리고 지난해 1월 미국의 한 지역 매체가 기부금을 모아 자선단체 지위를 획득하는 사례가 나와 화제가 됐다. 

물론 우리의 언론환경과 각각 처한 현실에 비춰 '먼나라 딴 이야기'로 들리지만 부러움이 컸다. 변화의 시도를 하지 않고 환경 탓만 하는 우리네 정서와 달라 더욱 그랬다.

갈수록 삭막해져가는 지역언론의 생태계, 특히 인터넷 매체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새해 결심한 내용들이 여럿 있다. 그 중에는 사명감을 다하며 지역언론으로서의 다양성 추구와 신뢰에 관한 부분도 있다. 지속 가능한 지역 언론을 유지하고, 지역의 목소리를 더욱 대변할 수 있도록 다시 한번 반성과 다짐을 해본다. 

저작권자 © 수원일보 - 특례시 최고의 디지털 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