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정치판이 겨울의 길목처럼 써늘하다. 이태원 참사를 놓고 여야가 마치 치킨게임을 하듯 대형 정치 이슈화를 하고 있어서다. 더불어민주당이 '이태원 압사 참사'에 대한 국정조사 실시 및 특별검사(특검) 도입을 위한 대국민 여론전을 위해 본격적으로 거리에 나섰다. 그러자 국민의힘 측은 국민적 슬픔을 이용한 '감성팔이'로 의석수 우위를 겸한 다수당의 횡포라고 맞받아치고 있다. 그러면서 야당대표를 위한 방탄용이라 폄하하고 있다. 보는 국민의 마음은 겨울철 나목(裸木)같은 심정이다.
사고의 참혹함으로 책임 소재를 가리고, 재발 방지대책 마련을 위해선 일정 부분 정치 쟁점화 하는 것은 맞다. 참사와 관련 아전인수(我田引水)격 해석이 서로 달라 정쟁이 발생하는 것이라면 국민의 입장에선 '아니올시다'다. 가뜩이나 경제가 어렵고 하루하루 버티기조차 힘든 차상위 계층이 늘어나는 판에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소모적 정쟁은 비난만 자초할 뿐이다. 그렇지 않아도 국민들은 진실처럼 포장된 가짜뉴스와 괴담에 끊임없이 시달려오고 있다. 누군가가 만들어낸 '정치공작'의 일부도 여기에 포함돼 유포되고 있다. 거기에 일부 정치인들은 자신들의 유불리를 따져 '아님 말고식' 으로 퍼나르고 있다. 면책특권 뒤에 숨어 없는 말도 만들어내는 판이다. 여야 공히 비슷하다.
참사 발생직후 '청와대 이전' 때문이라느니, '참사직후 사라진 대통령 3시간'이라느니 하는 어디서 많이 들음직한 괴담도 정치인 입을 통해 나올 정도였으니 국민의 '혼돈'은 상상 이상이었다. 이런 혼돈은 지금도 진행형이다. 그런 가운데 엊그제 더불어민주당이 장외로 나섰다. 국정조사를 하도록 국민께 직접 요청하고 도움을 받기 위해서라며 '범국민 서명운동'에 나선 것이다.
앞장은 이재명 대표가 섰고 160여명 민주당 의원이 그 뒤를 따르는 형국이다. 전국 곳곳에 플래카드도 대거 걸렸다. 그러면서 희생자 명단과 영정 공개, 특검 등도 주장하며 여당을 압박하는 모양새다. 유가족의 슬픔보다 당리당략( 黨利黨略)이 우선인 추모정국으로 몰아가려는 더불어민주당을 보는 국민의 시각은 곱지 않다. 이같은 강경 일변도로 정국을 몰아가는 것이 이재명 대표를 둘러싼 상황과 무관치 않다는 이야기도 그래서 나오고 있는지 모른다. 일부 국민들이 다수당으로서 원내에서 충실한 활동을 통해 정부의 책임을 적극 추궁하는 것이 정도라 일침을 가하는 것도 이같은 이유 때문이다.
그렇다고 국민의힘이 잘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대형 악재를 전 정권 탓으로 돌리려는 모습은 국민 또한 납득하지 못한다. 일각에서 우려하는 부실한 원인규명과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 대책마련은 더욱 그렇다. 연일 고개를 숙이고 잘못을 인정해도 진정성이 결여되면 설득력을 잃기 마련이다. 야당을 거리로 나서게 하는 원인중 하나이기도 하지만 말이다.
정치적 이익을 챙기기 위해 가짜뉴스와 괴담이 발호(跋扈)하는 것은 국민으로서 불행한 일이다. 그럼에도 정치권이 여기에 편승, 정치적 이득을 취하려 한다면 국민 불행을 넘어 젊은 세대의 미래마저 짓밟는 일이다. 이런 의미에서 이태원 참사와 관련된 정치권의 혹세무민(惑世誣民)은 없어야 한다. 진실은 알 필요도 없이 오로지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면서 지지층이 결집하면 그만이라는 정치는 국민들의 지속적인 사랑도 받을 수 없다.
SNS가 더 이상 특정 세력의 전유물이 아닌 시대다. 이명박 정부 시절 광우병 사태와 세월호 참사 때 박근혜 정부 시절에 비해 시간이 많이 흘렀다. 덩달아 '가짜뉴스'와 '괴담' 정국을 꿰뚫어보는 국민들의 안목과 식견 즉 '혜안(慧眼)'도 높아졌다. 학습효과 때문이다. 하지만 그 후유증은 지금까지도 있다. 정치권이 이를 외면하고 구시대적 발상으로 국민들의 공감을 얻으려 한다면 어느 당이건 역풍(逆風)으로 인한 복주(覆舟)꼴을 면치 못함을 명심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