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마흔살이 됐다. 1982년 미국 카네기멜런대학의 인터넷 게시판에 첫 등장한 '이모티콘' 나이다.

올해 불혹(不惑)을 맞은 이모티콘은 감정을 뜻하는 이모션(emotion)과 조각을 뜻하는 아이콘(icon)의 합성어다.

당시 카네기멜런대학 컴퓨터학과의 스콧 팔먼 교수가 “오해와 분쟁을 예방하기 위해 농담일 땐 웃는 표정의:-)를 쓰자”고 제안하면서 널리 퍼지기 시작했다.

초창기에 컴퓨터 자판의 글자와 부호를 조합해 썼다. 그러다 그래픽을 활용한 그림 형태로, 다시 움직이는 그림으로 발전했다.

지금은 전체 이미지를 활용하는 이모지(emoji) 즉 그림문자로 진화의 속도를 높이고 있다.

국립국어연구원이 이모티콘을 '그림말'이라 부르자고 제안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이모티콘을 사고 파는 시장도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세계적인 추세다.

우리나라만 하더라도 지난 2017년 1000억원에서 4년만에 7000억원으로 커졌을 정도다.

덕분에 자칭 전문 제작자 및 창작자만도 1만명을 넘어섰다.

개중에는 월수익 수천만원을 훌쩍 넘기는 인기작가도 수두룩하다. 현재 1000만명이 넘는 이용자들 덕분이다.

이모티콘 효시에 관한 숨은 여담도 있다. 기네스북이 팔먼 교수의 이모티콘을 최초라고 인정했지만 여러가지 '설'이 존재 해서다.

대표적인게 1862년 8월 7일 뉴욕타임스에 실린 링컨 대통령 연설문 중 ‘웃음(laughter)’이라는 단어 옆에 찍힌 ;) 가 효시라는 설이다.

실제로 40년전 이모티콘은 대부분 웃는 모습이었기 때문에 스마일리(smiley)라는 별칭으로 불렀다는 사실에 비추어 설득력이 높다.

그런가 하면 프랑스 대문호 박토르 위고라는 설도 있다. 내용은 이렇다.

그는'레미제라블'을 새로 출판한 뒤 나폴레옹 3세를 피해 영국의 한 섬에 망명했다. 새 책이 잘 팔리는지 궁금했던 위고는 출판업자에게 한 장의 전보를 띄웠다.

그 내용은'?'였다. 이 전보를 받은 출판업자는 즉시 위고에게 회신했다.

답변 역시 '!' 한 글자였다. 책이 놀랍도록 잘 팔리고 있다는 뜻이었다.

수백 자의 구구절절한 설명보다 더 감동적으로 상황을 전달한 내용이라고 해서 이모티콘 효시라고 한다. 고개가 끄덕여진다.

아무튼 이모티콘의 효용성은 앞으로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비대면 소통이 더욱 늘고 감정을 전하는 더 많은 표정 언어가 등장할 것이 분명해서다.

인간의 수많은 감정을 함축적으로 표현하는 현대판 상형문자 이모티콘이 어디까지 진화할 지 그것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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