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9일 밤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해밀톤 호텔 인근에서 핼러윈을 즐기던 많은 사람이 숨졌다. 인파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일어난 대형 압사 참사였다. 이 압사 참사로 인한 인명피해는 현재까지 사망자 156명, 중상자 31명, 경상자 116명 등 총 303명이다. 축제를 즐기려다가 화를 당한 희생자들의 영혼을 위해 기도한다. 다시는 이런 후진적인 대형참사가 발생하지 않기를 기원한다.

이 참사를 즉각 보도한 외국 언론들은 엄청난 인파가 예견됐는데도 안전에 대한 대비는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사실이다. 지난해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고 있을 때도 이곳에는 핼러윈 인파가 넘쳐났다. 올해는 코로나19가 진정되고 야외마스크 착용의무도 해제됐으니 더 많은 인파가 몰려들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었다.

연합뉴스는 현장에서 시신수습에 동참한 도운 이태원 업소 직원의 말을 전했다. 좁은 골목에서 생존자들과 사망자들이 뒤엉켜 겹겹이 깔려 있는 현장은 아수라장이었다고 했다. 29일 오후 10시 15분부터 이튿날 새벽 두세 시까지는 업소 관계자와 행인들이 너 나 할 것 없이 심폐소생술(CPR)을 하고 50구 정도의 시신을 옮기는 등 구조작업을 도왔다고 했다. 경기·강원 등 타 지역 119구조대가 도착하기 전까지 일손과 장비가 모두 부족했기 때문이다.

시민과 경찰 119 구조대의 헌신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사상자가 발생했다. 수원 등 경기도민 사망자도 여럿 나왔다. 그런데 온라인 공간에서는 가짜뉴스가 돌아다니면서 음모론이 나오고 희생자를 조롱하거나 혐오하는 내용까지 등장했다. “유명인을 보려고 사람들이 몰려들다가 사고가 났다” “사고의 원인은 마약이다”, “가스가 누출됐다” “남의 나라 귀신 축제에 왜 간 것이냐” “일하다가 사고로 죽는 사람들도 많은데 놀다가 죽은 사람들을 애도해야 하나” 등이다. 심폐소생술을 위해 옷이 벗겨진 채로 누워 있는 사상자들의 적나라한 사진, 영상 등도 SNS에서 무분별하게 유포됐다.

이건 아니다. 지금 국민들은 젊은 날의 축제를 즐기기 위해 현장에 갔다가 세상을 떠난 이들의 죽음을 애도하고 있다. 이들은 우리 이웃의 아들이고 딸이다. 핼러윈 축제는 이미 많은 나라에서 즐기는 대중적인 축제가 됐다. 일부 독재 국가나 폐쇄적인 종교를 갖고 있는 국가를 제외하고 문화의 국경은 허물어진지 오래다.

정부는 이태원 참사와 관련, 인터넷,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 사상자들을 혐오하는 발언이나 허위 조작정보, 자극적인 사고 장면 등을 공유하고 있다며 절대 자제해달라고 당부했다. 경찰도 온라인을 통해 무분별하게 유포되는 게시물을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위법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국가적인 슬픔에 동참하지는 못할망정 유언비어로 혼란을 유도하고 사상자들을 혐오하게 만드는 못된 짓은 엄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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