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은 우리나라와 달리 유대력 1월 1일인  매년 7월 1일을 새해 첫날로 지낸다.

1월 1일 혹은 설날을 지내며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라는 덕담을 하는 우리와 마찬가지로 이스라엘도 7월1일부터 9일간 '샤나토바' 라는 덕담을 건넨다.

그리고 인사하면서 사과와 석류를 나눠준다. ‘샤나토바’는 ‘당신의 이름이 생명책에 기록되기를 바란다’는 의미다.

그 속엔 지난 1년간의 잘못을 사과하고 한해를 열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 사과를 통해 과거를 풀고, 용서를 통해 미래를 열어가는 화해의 시간을 갖는 것이다.

얼마 전 작고한 이어령 이화여대 석좌 교수는 사과를 다음과 같이 풀이한 적이 있다.

인문학적으로 볼때 ‘세 개의 사과’가 있다. ‘아담의 사과’ ‘뉴턴의 사과’ ‘빌헬름 텔의 사과’.가 그것이다.

그리고 “아담의 사과는 종교를 낳았고, 뉴턴의 사과는 과학을, 빌헬름 텔의 사과는 정치를 만들어냈다.”고 부연했다. 사과가 아닌 과일 사과에 대한 표현이 기가막히다 해서 지금도 회자된다.

10월 24일, 오늘은 동음이의어(同音異義語)의 대표격인 ‘사과(apology)와 사과(apple)’ 의 날이다.

이름하여 '사과데이'다. 사과가 풍성한 계절인 10월에 서먹한 둘(2)이 서로 사(4)과하고 화해하는 날로 정한 민간 기념일이다.

직장이나 가정에서 '나로 인해 마음 아팠을 사람'에게 사과하고 그 징표로 사과를 보내자는 일종의 캠페인성 의미도 포함하고 있다.

그러나 따듯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제안한 기념일이지만 되짚어 보면 얼마나 우리 사회에서 사과가 인색한가 하는 생각도 들게 만든다.

요즘같이 후안무치한 정치인이 많은 것을 보면 더욱 그렇다.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듯 평소 자신의 잘못에 대해 사과 한마디 없이 뻔뻔한 의정을 수행하고 있는 정치인이 부지기수인가 하면 위정자들도 넘쳐난다.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소비자를 우롱하는 가격 담합을 일삼다 적발돼도 '사과'는 좀처럼 하지 않는다. 잘못을 인정하고 용서를 비는 것이 사과(apology)인데도 말이다.

관련해 생각나는 말이 있다. ‘비난받기 전에는 결코 변명이나 사과를 하지 말라’ 심심한 사과' 등. 

전자는 책임을 회피하거나 두루뭉술 넘어가려는 꼼수의 표현이다.

예컨대 ‘불미스러운 일로 물의를 빚었다’거나, ‘마음에 상처를 입혀 유감’이라는 식의 떠 밀린 사과를 뜻한다. 영혼없는 사과의 전형이다.

얼마전 문해력 논란까지 불러온 심심(甚深)한 사과는 그 뜻이 '마음의 표현 정도가 매우 깊고 간절하다'여서 이와는 질적으로 다르다.

'사과(沙果)와 사과(謝過)'가 다르듯이. 사과를 생각하는데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 그리고 오늘은 집으로 가는 퇴근길 사과 한 꾸러미,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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