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 시절 수학 공포에 시달려 보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을까? 만약 없다면 학습 상위 3%라는 조사 보고서는 수학의 어려움을 단적으로 표현하기에 충분하다.

수학은 이처럼 '왜 배우나'를 생각하게 할 만큼 복잡하고 이해가 힘들다. 그래서 나온 것이 '수포자' 라는 우스갯 소리와 '수학 공포증' '난산증'이라는 정신의학적 용어다.

그중 요즘 수학 학습장애의 한 형태인 난산증(難算症)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정상 범주의 지능인데도 유독 숫자와 수학에 약한 청소년들이 늘고 있어서다. 시중에서 난산증과 수학공포증을 구분하는 진단표도 인기다.

예를들어 이런 식이다. ▲수학을 공부했지만 시험을 망칠 것이라고 생각한다. ▲불안으로 인해서 수학 시험을 준비해도 성적이 좋지 않다. ▲문제를 풀 수 있지만, 불안으로 인해서 세부 사항에만 집중하기 때문에 문제가 많이 틀린다. ▲수학 시험이 있을 때 성적이 나쁠 것 같아서 학교에 가지 않으려고 한다. ▲수학 숙제 성적에 비해서 시험 성적이 나쁘다. 이러면 수학공포증 이라는 것이다.

반면 난산증은 ▲수학을 공부했지만 내용을 이해하지 못해서 시험을 망칠 것이라고 생각한다.▲내용을 이해하지 못해서 수학 시험을 준비해도 성적이 좋지 않다.▲수학 문제에 오답이 많고, 문제푸는데 오래 걸린다. ▲시험을 망칠 것 같아서 수학 시험이 있을 때 학교에 가지 않으려고 한다.▲수학 숙제 성적과 시험 성적이 모두 나쁘다. 라는 것이다.

더불어 난산증을 점검하는 항목은 더 세분화 돼 있다. 초등학생만 예를 들어보자.

먼저 ▲덧셈과 뺄셈의 연관성을 인식하지 못하며  또래에 비해서 연산 학습이 오래 걸린다. ▲덧셈 기호를 이해하지 못하고 곱셈으로 계산하거나 간단한 덧셈이나 뺄셈을 할 때도 손가락을 사용한다. ▲두자리수의 덧셈이나 뺄셈을 할 때 더 심하다. ▲숫자 모양을 제대로 못 쓰거나, 엉뚱한 자리에 적고 수학문제를 계획적으로 못풀고 주먹구구식으로 계산한다. ▲수학과 관련된 단어를 가르쳐도 이해하지 못하고 시계를 보고 시간을 파악하는데 오래 걸린다.

정신의학적으로 이런 경우 난산증으로 분류하고 있다. 물론 이밖에도 점검항목은 많다. 중.고교 일반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내용도 세분화돼 있다. 간단한 수열 문제도 못 풀거나 속도 계신을 못하고 요리재료 계량을 제대로 할줄 모른다는 식이다.

외국의 경우 초등학교 저학년 기준으로 이런 난산증을 나타내는 학생의 비율이 6.5% 정도라고 한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이에 대한 통계가 전무할 정도로 난산증에 무지한 것이 현실이다.

학계에서는 난산증 아동중 주의력결핍 과다행동장애(ADHD)가 병행 진단되고, 성염색체 이상 유전질환인 터너증후군 여성에게서도 발견된다는 보고가 있지만 연구와 조사는 이처럼 초보단계다.

때문에  난산증을 지닌 자녀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의 진단 및 치료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 다른 한편에선 이런 원인을 자신의 자녀가 천재(?)라고 판단해 영어와 수학 중심의 조기교육을 지향하는 대부분 학부모의 욕심, 특히 자신이 이루지 못한 수학 학습에 대한 열망의 그늘에서 비롯된다는 지적도 있지만 말이다.

선진국의 경우 이런 증상을 보이는 아이가 자폐증인지 주의력결핍증후군이 있는 것인지 난산증인지를 파악하기 위한 체계적인 관찰과 진단 기준을 마련해 나가고 있는지 오래됐다. 1940년대 난산증이 학계에 보고된 이후부터라고 하니 부럽기까지 하다.

다행히 얼마전 서울시교육청이 난산증 초등학교 학생들을 상대로 진단 및 맞춤형 치료 프로그램을 지원한다고 밝혀 관심을 끌었다. 사안의 주요성에 비춰 전국적으로 확산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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