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도 노폐물이 생긴다. 생명활동인 물질대사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식물은 콩팥같은 배설기관이 없다.

따라서 세포속 액포라는 작은 주머니에 배설물을 담아둔다.

이런 액포는 늙은 세포일수록 많고 크다. 담아두는 배설물양도 그 만큼 많다.

신기하게도 이러한 배설물이 단풍의 색을 결정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리고 광합성에 쓰였던 잔재물은 여름내내 푸른 엽록소에 가려져 있다가 찬 기온에 엽록소가 녹으면 본색을 각양각색으로 드러낸다.

단풍 탄생의 비밀이다.

카로틴은 당근같이 붉고 누르스름한 황적색을, 크산토필은 은행잎처럼 샛노랗게, 타닌은 갈색이나 거무스름하게 잎을 회갈색으로 염색한다.

안토시아닌은 액포가 산성이면 붉은 색을, 알카리성이면 푸르스름한 색을 내게 한다.

그런데 액포에 당분이 많으면 많을수록 안토시아닌은 당과 결합하여 단풍의 발색을 훨씬 더 맑고 밝게 한다.

가을에 청명한 날이 길고, 낮과 밤의 일교차가 큰 해에는 단풍이 전에 없이 더 예쁘다고 하는데, 그것은 광합성을 이루며 나오는 당이 풍성한 탓이다.

이런 단풍이 이쁘게 드는 나무는 주로 단풍(丹楓) 과(科) 나무들이다.

우리나라에는 크게 보아 5종이 있다.

잎사귀 둘레가 찢어져 뾰족뾰족 나온 낱낱의 작은 잎을 뜻하는 열편(裂片 )이 3개인 신나무, 5개인 고로쇠나무, 7개인 단풍나무, 9개인 당단풍나무, 11개인 섬단풍나무등이 해당한다. 이 중 가장 붉은 것은 ‘당단풍’ 잎이다.

단풍을 또 다른 말로 '가을의 속도'라 부른다.

나뭇잎새가 변색되는 시간을 표현한 것이지만,  물들어 가는 속도가 만만치 않아서 붙여졌다.

그럼 속도는 얼마나 될까? 산 정상에서 아래쪽으로 하루에 35m정도 라는 게 정설이다.

기상청은 이를 유추해 북에서 남으로 하루에 약 20㎞ 정도 단풍이 물들어 이동한다고 밝힌 바도 있다.

봄꽃 소식은 남에서 북으로 하루 30㎞ 속도로 올라오는 것을 감안하면 약간 느리지만 역시 무시 못하는 속도다.

단풍이 산 정상부터 전체면적의 20% 가량을 덮었을 때가 단풍철의 시작점이다. 그리고 약 80%정도 물들었을 때가 절정기다.

단풍의 속도엔 철학과 지혜도 담겨 있다.

나뭇잎 하나를 보고 세월의 흐름을 안다며 일엽지추(一葉知秋)라 해서다.

또 낙엽귀근(落葉歸根)이라고도 했다. 단풍들어 떨어지는 여러 나뭇잎을 보고 희생의 본보기로 삼는 다고 해서다.

잎새 잃은 나무의 뿌리를 덮어 추위를 막아주고 썩어서 거름이 된다는 평범한 진리와 ‘다음을 준비하는’ 지혜를 느끼게 하는 가을이 무르익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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