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9회 수원화성문화제가 9일 끝났다. 3년 만의 대면 축제였던 수원화성문화제는 7일부터 9일까지 열렸다. 이 3일간의 일정 중에는 무예 브랜드 공연 ‘야조(夜操), 정조 새로운 세상을 꿈꾸다’와, 4년 만에 재현된 정조대왕의 능행차가 있었다. 이들 행사는 수원화성문화제의 백미다.

7일과 8일 연무대에서 열린 야조에 엄청난 관객이 몰렸다. 밤이 되자 살 떨리는 추위가 몰아쳤는데도 1만여 관객들이 몰려들었다. 야조는 야간 성곽전투에 대비한 군사 훈련(성조:城操)이다. 낮에 하면 ‘주조(晝操)’고 밤에 하면 ‘야조(夜操)’다. 1795년 음력 윤2월 12일 화성행차 넷째 날 정조대왕은 서장대에 올라가 친히 주간과 야간 군사훈련을 지휘했다.

능행차를 따라 온 왕실 종친 이희평은 그때 군사훈련 모습을 ‘화성일기’에 기록했다. ‘신기전을 쏘니, 사문(四門)과 사면(四面)에서 성터 위로 삼두화(三頭火: 머리가 셋인 횃불)가 켜지고, 전후좌우 신기전이 공중에 높이 솟아올라 하늘을 찌를 듯하여 불빛이 밝게 빛나고 찬란하며 성안이 불빛으로 붉어지고, 그때 달빛은 희미하여 불빛이 더 빛나더라! 사방이 불구경이라! 구경하는 사람이 길을 메우고 다 세상에 태어나 처음 구경이라 하였다’

이번 야조에서도 신기전이 발사됐다. 불꽃놀이를 하듯이 폭죽들이 가을 하늘을 화려하게 장식해 관중들의 환호를 이끌어냈다. 또 무예24기 단원들이 펼친 마상무예와 원앙진, 권법, 각종 창·검술 등은 실전을 방불케 했다. 역시 조선 최고 무력집단이었던 장용영 무사들이 익혔던 실전 무예다웠다. 수원시가 ‘수원시립공연단’의 한 부분이 아닌 별도의 ‘무예24기시범단’을 왜 만들어야 하는지를 깨닫게 해주는 공연이었다. 무예24기의 전승·보존을 위해서는 보여주기도 중요하지만 후계자 양성과 전문적이고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무형유산으로 지정돼야 한다.

마지막으로 창룡문 상공에서 선보인 드론 400여 대의 라이트쇼도 눈길을 사로잡았다. 드론으로 제59회 수원화성문화제 문구를 비롯, 무예도보통지와 그 속에 실린 무예그림을 표현, 관중들의 찬사를 이끌어 냈다.

아쉬운 점도 있다. 무대와 관중석 배치가 잘못됐다. 예전 공연의 무대는 객석보다 높은 지역인 창룡문 앞 넓은 잔디밭이어서 활터나 북쪽 성벽 아래 언덕 등 어느 곳에서도 무리 없이 잘 관람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번엔 활터에서 동북공심돈을 등지고 무대를 마련했다. 관중들은 관람에 어려움을 겪었다. 평지에서 공연이 진행됐기에 관중석 앞 몇 줄을 제외하고는 공연자들의 머리만 볼 수 있었다.

무대도 마상무예를 하기엔 옹색해 그동안 연습한 기량을 모두 발휘하지 못했다. 또 공연 자체도 화려함이나 박진감이 덜 해 첫날엔 많은 관람객이 도중에 빠져나갔다. 날씨가 추운 탓도 있었지만 무예와 드론 공연을 빼놓고는 대체적으로 지루했다는 평이다.

내년엔 관객을 배려한 기획을 하기 바란다. 내용의 변화도 필요하다. 그렇게 하면 야조는 우리나라 뿐 아니라 세계에 자랑할 수 있는 대표적 공연으로 발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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