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가 천정부지로 오르니 국민 간편식에도 '금(金)'자가 붙었다.

요즘 시중에서 부르는 김밥의 별칭이 그것이다. 그럴만도 하다.

비록 금액적으론 인상 폭이 여느 식품에 비해 작지만 소비층이 서민인 점을 감안하면 '금밥'이라 부르는 심정도 이해가 간다.

다양한 속을 선택할 겨를도 없이 단무지, 햄, 어묵, 달걀이 전부인 김밥 한줄로 한끼를 때우는 이들이 많아 더욱 그렇다.

사실 김밥이 아무 때나 즐길 수 없는 별식이요 특식이었던 시절도 있었다. 그야말로 금밥이나 다름없던 그 때 그 시절 얘기지만.

그래서 1년에 몇차례 봄 가을 소풍 운동회때 먹던 김밥은 환상의 조합인 사이다와 함께 중장년층 행복 추억 아이템 1순위로 남아 있다.

비록 서울 압구정 별천지 얘기지만, 한줄에 1만5000원짜리 명품김밥부터 마약김밥에 이르기까지 요즘은 종류도 가격도 모양도 천차만별인 '김밥 전국시대(戰國時代)'다. 

속 재료에 따라 각양각색으로 이름을 바꾸는 김밥의 변신능력 때문이다.

1인 가구 증가로 사랑도 식지 않고 대표적인 국민 음식 자리도 여전히 꿰차고 있다.

그렇다면 많이 팔리니 김밥집은 수익이 좀 나아졌을까?

물가가 오른 지금은 '아니올시다'가 공통된 대답이다.

경제가 어려우면 김밥같은 값싼 음식이 잘 팔릴 것 같은데 지금은 이마저도 아닌 모양이다.

따라서 재료비 부담마저 높아지고 거기에 주 52시간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외식 소비행태 변화, 배달 서비스업 확산 등의 비용마저 증가, 가게 주인들의 한숨은 나날이 깊어지고 있다.

그러다 보니 인건비 절약 고육지책(苦肉之策)으로 김밥 싸는 기계까지 동원하고 있다.

김밥은 손으로 직접 말아 만들어야 제맛인데 말이다.

내수 경기 침체가 서민들이 즐기는 김밥 하나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 같아 서글프다.

저작권자 © 수원일보 - 특례시 최고의 디지털 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