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사람이 가장 많이 먹는 채소는 무와 배추다. 왜 많이 먹는가는 굳이 설명이 필요치 않다. 식탁 위에서도 무와 배추는 채소의 지존이다.

그만큼 사랑도 듬뿍 받는다. 그 중에서 김치의 주재료인 배추는 알려진대로 세계적 힐링채소가 된 지 오래다. 깍두기의 주재료인 무도 이에 버금간다.

무는 예부터 속병에 좋다고 알려져 각종 음식 만드는데 자주 사용했다. 실제 무의 주성분인 양질의 수분과 다량의 비타민 C와 A 그리고 여러 효소 등이 위장병에 좋다는 것이 일찌기 증명된 바 있다.

또한 소량이긴 하지만 아미노산을 함유하고 있어 우리 식생활에서 부족하기 쉬운 라이신을 공급해 준다. 이런 무의  껍질에는 비타민 C가 무 속보다 두 배나 많은 사실, 아는 사람은 다 안다.

그런가 하면 천연 변비제로도 유명세를 타고 있다. 더불어 육류와 함께 먹으면 무에 들어있는 아스트라제가 단백질을 분해시킨다고 해 인기도 시들지 않고 있다.  비록 상큼, 아삭, 시원한 무 김치엔 미치지 못하지만 선호도는 항상 상위권이다.

반면 서양에서는 즐겨 먹지는 않는다. 정확한 이유는 알려지지 않고 있지만 무는 가난한 식탁의 상징'이라는 외국인들의 편견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는 것이 전문가 의견이다.

영국에서는 안주가 시원찮을 때 “무와 소금(radish and salt)”이라고 표현하는 속담도 있다. 영국 시인 로버트 브라우닝의 시에는 “4월이 오면 식탁에 오르는 지긋지긋한 무 음식이여” 라며 가난과 무를 연계시킨 내용도 있다.

고려때 중국에서 우리나라에 들어온 것으로 추정되는 무는 기원전 200년 피라미드 내부에 새겨진 비문에 나올정도로 오래 됐다. 물론 현재의 무와 전혀 다른 맵고 비린 '순무'형태였다는 것이 일반적 견해다. 

지금같이 시원한 맛의 무가 나온 것은 조선시대로 보인다. 1500년대 허균이 쓴 도문대작(屠門大嚼)에 전남 나주산 무가 달고 배처럼 즙이 많다고 기록돼 있어서다.

이러한 무의 최근 가격이 지난해보다 두배 가까이 올라 '귀하디 귀한' 몸이 됐다. 덩달아 배추도 전년 대비 87%나 올라 '금추'로 불리고 있다. 

때문에 시중 음식점마다 상차림에서 '김치 깍두기'가 실종되는 사태까지 빚어지고 있다. 추가제공은 아예 기대도 못한다. 식탁 반찬의 '지존'들이 '물가'라는 칼을 맞고 쓰러지는 형국이다.

이런 현상은 가정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산지 작황이 안좋은데다 추석이후 생산량 감소가 이어진 탓이라고 한다. 하기야 요즘 오르는 것이 어디 무 배추 뿐이겠냐마는 빠른 안정을 되찾아 '김치 깍두기' 만이라도 밥상으로의 '화려한 귀환'이 이뤄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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