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많은 수의 고속도로 휴게소는 용변을 보고 담배 한 대 피우거나 간단한 주전부리를 사먹으며 쉬어가기나 하는 평범한 장소가 아니다. 지역의 특산물로 요리하는 대표적 먹거리와 멋진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전망대, 이색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나가다 들르는 곳이 아니라 명품 먹거리와 명소를 즐기기 위해 일부러 찾아가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다.

추석을 앞둔 지난 8일 한국도로공사가 뽑은 ‘추석 귀성·귀경길에 들러볼만한 전망 좋은 휴게소 10선’에는 경부고속도로 금강(양방향) 휴게소, 중부내륙선 현풍 휴게소, 통영대전선 산청(하남) 휴게소, 남해선 섬진강(부산) 휴게소, 황전(전주) 휴게소, 진안(양방향) 휴게소, 동해(삼척)·옥계(속초) 휴게소, 덕평자연(양방향)휴게소 등이 선정됐는데 평소에도 인기가 높은 곳이다.

도로공사가 매년 선정하는 휴게소별 대표 먹거리 중 수도권에서는 구리(일산)의 초당해물순두부, 죽전(서울)의 사골북어해장국정식, 이천(하남)의 돌솥비빔밥이 잘 알려져 있다. 반려동물 쉼터, 놀이터가 설치된 휴게소도 14곳이며, 사진 명소로 뽑힌 곳도 많다.

경부고속도로 안성휴게소(서울방향)에 있는 '경기도립 안성휴게소의원'도 눈길을 끈다. 경기도와 협업해 운영하는 경기도립 안성휴게소의원은 긴급 의료서비스 시설을 갖추고 가정의학과 진료와 화물차 기사 등 고속도로 응급환자, 인근주민 치료 및 예방접종 등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한다.

안성휴게소 의원은 전국 최초로 생긴 휴게소 병원으로 기대를 모았다. 의사 2명, 간호사 3명, 행정직원 1명이 평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근무(월, 목요일 밤 10시까지 진료)하고 있다. 하지만 개원 1년이 지난 지금도 널리 알려지지는 않았다. 이런 저런 이유로 이용실적이 저조, 경기도 내부에서 존립 여부에 대한 의견도 있었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고속도로 휴게소 의원은 필요한 시설임이 분명하다. 이번 추석 연휴 진료상황만 봐도 그렇다. 도에 따르면 안성휴게소의원이 추석 연휴인 9월 9일부터 12일까지 123명을 진료했다고 밝혔다. 장시간 운전이나 노동으로 인한 염증 환자, 연휴 기간 선선해진 날씨에 따른 환절기 알레르기 환자, 기름진 음식을 섭취해 장염을 앓은 환자, 성묘 과정에서 물림·긁힘 상처를 입은 환자 등 다양한 환자가 응급 치료를 받았다는 것이다. 한 70세 여성은 극심한 전신 근육통, 감기몸살증상 등을 호소, 안성휴게소의원에서 치료를 받은 후 몸을 회복했다.

고속도로 이용자, 화물차 운전자, 의료시설이 부족한 인근 주민들의 건강을 위해 365일 문을 열고 있는 경기도립 안성휴게소의원이 폐원돼서는 안된다. 앞으로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등 활성화 방안을 마련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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