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다르게 세상이 다변화하는 디지털시대다. 때문에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용어들이 속속 생겨나는 지도 오래됐다.

개중에는 인간과 디지털에 관한 합성어가 특히 많다.  어린 자녀가 있는 부부들 사이에  관심사로 떠올랐던 ‘셰어런팅’도 그중 하나다.

'셰어런팅'은 ‘육아(parenting)’를 ‘공유(share)’한다는 뜻의 합성어다. 좀더 정확히 말하면 자녀의 모든 일상을 SNS에 올리는 부모를 가리키는 단어 '셰어 런츠(Sharents)'에서 나왔다.

그리고  아이를 키우며 찍은 사진과 영상을 SNS에 공유하는 행위를 '셰어런팅'이라 부른다.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언제 어디서나 자신의 아이들 사진을 찍고 바로 소셜미디어에 올릴 수 있으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이러다 보니 SNS에 익숙한 젊은 부모들은 자녀가 나면서부터의 '희노애락' 즉, 먹고 자고 웃고 떼쓰는 모든 일상을 찍고 공개한다.

외국의 경우지만, 영국의 한 연구소는 이렇게 해서 남겨진 아이 한 명의 '디지털 흔적'이  5세까지 약  1500개가 온라인에 올려진다는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외국처럼 정확한 통계가 없어서 그렇지 우리도 이와 못지 않게 자녀의 '디지털 흔적'을 남기는 부모가 적지 않다.

그 어느 나라보다 자식 사랑이 유별난 우리네 젊은 부부의 정서에 비춰 충분히 유추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꽤 과한 비용에도 불구하고 첫돌 · 백일 기념 사진을 이벤트로 찍어대는 것만 봐도 그렇고. 

일상의 기록인 셰어런팅이 부모에겐 표현의 자유를 누리는 행위로 치부되면서 얼마 전까지 유행의 열기도 식지 않았다.

하지만 아이에겐 사생활과 정보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일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의 대상이 됐고 SNS상 '뜨거운 감자'로 등장하기도 했다.

사실 선진국을 중심으로 외국에선 일찌기 이같은 이유로 아동의 기본권을 침해하지 않도록 보호대책을 강화하는 추세다.

셰어런팅을 통해 공개된 어릴 적 기행이나 병력 정보들이 입시 취업 결혼을 앞둔 자녀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것이 이유다.

특히 개인 신상의 노출로 범죄에 이용될 경우 그 사회적 피해규모는 천문학적이 될 것이라는 경고도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때문에 유럽연합은 17세 미만의 ‘잊힐 권리’, 즉 개인정보 삭제 요청권을 인정하는 법안을 마련했고  프랑스는 프라이버시법을 제정, 자녀의 동의 없이 이미지 공개를 불허토록 했다. 만약 어기면 징역 1년이나 4만5000유로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영국은 더 강력하다. 개인정보법에 자녀가 셰어런팅한 부모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법을 만들어서다.

국제적 추세가 이러하자 최근 정부도 나섰다는 소식이다. 2024년까지 ‘아동·청소년 개인정보보호법’에 부모가 올린 개인정보를 성인이 된 후 삭제할 수 있는 조항을 담을 계획이라는 게 그것이다.

좀 늦었지만, 다행이다. 차제에 무심히 올려놓은 정보들이 악용될 소지가 있는 ‘디지털 흔적' 남기는 일에 더욱 신중했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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