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갑동 수원일보 대표이사

 

국회가 일을 하지 않는다는 지적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하지만 비난이 일 때마다 국회의원들은 마이동풍 (馬耳東風)이다.

국회 스스로 이같은 비판을 의식해 ‘일하는 국회법’을 만들었으나 역시 무용지물(無用之物)이 된 지 오래다.

이번 21대 국회 하반기 원 구성 문제도 그렇다. 40일 넘게 공전을 거듭하고 있기 때문이다.

회기 공백의 이유도 여느 회기와 다르지 않다. 모두가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여야 당리당략에 따른 정쟁이 중심이다.

내용만 봐도, 여야가 사법개혁특별위원회를 놓고 힘겨루기 양태를 보이면서 국회 정상화의 다음 단계라고 할 수 있는 각 상임위 구성이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상임위 구성은 21대 후반기 국회가 정상적인 개원을 하기 위한 필수 단계다. 상임위 구성이 타결되지 않는 한 지금의 국회 휴업 상황도 길어질 수밖에 없다. 

국민의 피해는 더욱 늘어날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때문에 민생법안 처리는 단 한 건도 없었다. 그래서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법안만 1만1000건 이상에 달한다고 알려지고 있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3고(高)'에 시달리며 경제위기로 인한 민생난이 가중되고 있지만 말이다.

국회 원 구성 협상이 계속 늦어지면서 후유증도 크다. 가장 큰 문제는 경제위기를 헤쳐나가기 위한 규제 완화 법안과 민생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유류세와 법인세 인하 법안, 노동시장 개혁을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안, 화물 안전운임제 일몰 조항 폐지 법안 등이 줄줄이 국회에 쌓여 있다. 

각 당에선 지난 6.1지방 선거가 끝나자마자 낮은 자세로 민심을 경청하고 받들 것처럼 한 목소리를 냈지만 행동은 정 반대로 그동안의 악순환을 되풀이 하고 있는 모습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국회가 한 달 넘게 공전하고 간신히 제헌절인 17일 개원에 잡정 합의 한 것이지만 이루어질지는 미지수다.

불행하게도 악순환을 닮아 가는 곳은 또 있다. 경기도의회다. 

78대 78로 여·야 의원동수인 경기도의회가 의장 선출을 놓고 대립으로 민생이 표류중이다.

경기도의회 국민의힘과 민주당 의원들은 지난 12일 오전 11시 제11대 도의회 첫 임시회를 열고, 의장·부의장 선거와 더불어 회기 결정 안건 등을 처리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개회이후 바로 무산됐다. 의장 선출을 놓고 국민의힘은 전·후반기 모두 선거를 통해 선출해야 한다는 입장을 냈지만 민주당은 전반기에 민주당, 후반기에는 국민의힘이 돌아가면서 의장을 맡자는 의견을 내면서 파행했다. 

상임위 배분과 관련해서도 양당은 운영위원회, 기획재정위원회, 교육행정위원회, 경제노동위원회 등 주요 상임위원장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갈등이 빚고 있다. 

김동연 경기지사의 민생경제 대책을 지휘할 '경제부지사' 임명, 추경예산안 처리 등에도 차질이 우려된다. 

특히 추경예산의 경우 상임위원회와 예결특위의 심의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원 구성이 되지 않는다면 추진 자체가 불가능하다. 

현재 민선 8기 첫 추경안은 국비를 포함해 1조4000억원 규모다.

그중엔 코로자 격리자 생활지원금 등 코로나19 대책과 지역화폐 할인 지원 관련 국비 매칭 사업비 2500억원도 포함되어 있다.

또 김동연 지사가 1호 결재한 ‘비상경제 대응 민생안정 종합계획’에 따른 ‘고금리 대환 및 저금리 운영자금 지원’과 ‘중소기업 수출 관련 지원’ 등을 위한 자체 사업비 1500억원도 반영되어 있다. 

모두가 한시라도 지급을 미룰 수 없는 서민과 직접 연관이 있는 긴급 예산들이다.

이런 사태는 제11대 도의회의 모든 의사 일정을 관장하는 의장이 없어서 비롯되고 있다.

다시말해 여야간 자리싸움으로 서민들만 경전하사(鯨戰蝦死)된 형국이니 중앙정치와 어찌 다르다고 할 수 있겠는가.

당리당략, 나아가 자신들의 안위를 위해 민생을 팽겨친 꼴이나 다름 없으며 서민의 비난을 받아도 마땅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하나 있다. 기초자치단체의 경우 대부분 지방의회 원구성을 마쳤다는 사실이다,

특례시 원년 의회를 구성한 수원시의회의 경우 지난 6일 전반기 의장을 뽑았다. 김기정 국민의힘 의원이 의장을, 부의장에 이재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맡았다.

아울러 상임위원장도 선출했다. 의회운영위원장은 강영우 의원(더불어민주당, 영화·조원1·연무동), 기획경제위원장은 유준숙 의원(국민의힘, 행궁·지·우만1·2동·인계동), 도시환경위원장에는 조미옥 의원(더불어민주당, 평·금곡·호매실동), 문화체육교육위원장은 조문경 의원(국민의힘, 정자1·2·3동), 복지안전위원장은 정영모 의원(국민의힘, 영화·조원1동·연무동)이 맡게 됐다. 

여기에 이재형 윤리특별위원장과 이찬용 예산결산특별위원장까지 제12대 수원특례시의회는 전반기 모든 원구성을 마쳤다.

찬찬히 살펴보면 여·야의 협치 흔적이 역력하다. 그러면서 37명 의원들은 “원칙과 소신으로 시민의 행복과 수원의 더 큰 미래를 생각하며 쉼 없이 달려가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21대 국회, 민선8기 도의회와 매우 대조적이다.

속담에 ‘형 만한 아우가 없다’는 말이 있다. 그렇지만 정치권은 예외인 모양이다. 기초단체 의원들이 국회의원이나 도의원들보다 먼저 국민에게 다가가는 정치를 펼치니, 보고 배워도 한참 배워야 할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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