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브다(DABDA) 모델'이라는 시사용어가 있다.

죽음을 앞둔 사람의 심리 상태를 표현한 말이다.

죽음학이라는 조금은 낮선 학문을 연구한 스위스 정신과 의사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가 처음 주창해  세계적 공감을 얻었다.

그는 ‘죽음과 임종에 대하여’라는 책에서 죽음을 앞둔 사람의 정신 상태를 5단계로 분석해 제시했다.

먼저, 죽음을 받아들이지 않는 부인(Denial)으로 시작해서, ‘왜 하필이면 내가’ 하며 원망하는 분노(Anger), 죽음을 지연시키는 거래(Bargaining), 극도의 절망 상태인 우울(Depression), 그리고 마침내 죽음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수용(Acceptance) 단계로 이어진다는 게 주 내용이다.

'다브다(DABDA)'는 각 단계의 영어 첫 글자를 조합해 만든 단어다.

이처럼 죽음 앞에 초연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사람들은 불가항력으로 다가운 죽음에 대해  존엄사와 안락사라는 방법을 생각해 낸 지도 모른다.

특히 고통을 줄이기 위해서 말이다.

그러면서 실제로 세계 여러 나라에서 시행하고 있다.

물론 두 가지 방법의 목적은 같지만 의미는 다르다.

안락사는 불치병에 걸려 죽음의 단계에 들어선 환자의 고통을 덜고자 죽게 하는 것이다.

반면 존엄사는 소생 가능성 없는 혼수상태나 뇌사상태 환자가 품위있게 죽을 수 있도록 생명 유지 장치를 제거하는 것이어서다.

미묘하지만 엄연히 다르다.

그중 적극적 안락사를 합법화한 나라는 몇 안 된다.

죽음의 여행지라 불리는 스위스와 네덜란드 벨기에, 룩셈부르크 정도다.

미국은 오리건주와 워싱턴주에서 법적으로 허용하고 있으며 40개 주에서는 인공호흡기 제거 등의 소극적 형태로 허용하고 있다.

그 외 많은 나라에선 안락사를 도운 의사를 살인죄로 처벌한다.

이런 가운데 사람들은 개인이 죽음을 선택하는 행동에도 점차 관대해지고 있다는 조사결과가 나와 주목을 끈다.

지난 5월 말 서울대병원 윤영호 교수팀이 내놓은 성인 1000명 대상 설문조사 결과 “안락사 법제화에 찬성한다”는 국민이 10명 중 8명에 가까운 76.3%에 달했다는 것.

5년 전만 해도 안락사 찬성률은 41.4%에 그쳤었다.

조사팀은 이유에 대해 1인 가구 증가를 핵심으로 꼽았다.

거동을 못하게 되는 상황이 죽음보다 더 고통스러운 홀몸노인이나 아픈 자신을 챙겨줄 이 없는 미혼자 등을 중심으로 찬성 여론이 점점 늘고 있다는 것이다.

죽음을 점점 더 혼자 감당해야 할 ‘개인적 체험’으로 바뀌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 된다.

불가항력이라는 죽음과 죽을 권리.

행복한 임종준비를 위해서도 진지한 논의가 다시 시작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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