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시 권선구 서둔동 서호초등학교 인근에 '앙카라길'이 있다.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2년 당시 UN참전국 터키군이 운영하던 '앙카라 학교'를 기리기 위해 부여된 명예도로명이다.

2012년 명명됐으니 10년이 됐다.

그 길 안쪽에 터키군과 전쟁고아들의 모습을 그려놓은 벽화, 그리고 자그마한  '앙카라 학교 공원'이 자리하고 있다.

한국전쟁에 참전한 터키군이 전쟁고아를 돌보기 위해 만든 학교터다.

터키 군은 이 자리에서 전쟁을 치르는 와중에서도 부대 천막을 쳐 하나둘 전쟁 고아들을 거뒀다.

그 숫자는 곧 30여 명에 이르렀고 명칭도 '앙카라 학교'라 붙였다.

여기서 꽤 오랫동안 이방의 참전군이 오갈데 없는 전쟁 고아를 먹이고 입히고 교육까지 시키는 역할을 담당한 것이다.

'앙카라학교'는 휴전으로 터키군이 떠난 이후 1966년까지 14년 동안 전쟁고아들을 보살폈다.

이 곳을 거쳐 간 고아들은 모두 640여 명에 달한다.

수원의 '앙카라길'과 '공원'의 탄생 배경이지만 지금은 사라지고 없다.

'앙카라'는 터키 수도다.

기원전 2000년경 생겼다고 하니 역사가 유구하다.

때문에 터키인들의 이스탄불도 있지만 앙카라에 대한 자부심은 대단하다.

오스만 터키제국과 궤를 같이 하고 있어 더욱 그렇다.

앙카라를 수도로 갖고 있는 터키(Turkey)는 나라 이름으로 종종 곤욕을 치뤄 왔다.

성탄절이나 추수감사절에 특별 요리로 먹는 칠면조인 터키(turkey)와 발음이 같아서다.

칠면조는 영어에서 바보나 겁쟁이 또는 실패작을 뜻하는 속어다.

어떻게 명칭이 같아졌는지 분명한 고증은 없다.

다만 16세기 터키 상인들이 아프리카 동부의 마다가스카르가 원산지인 칠면조를 유럽에 터키 닭이라고 소개한 게 유래라는 설이 있기는 하다.

그런가하면 1980년대 일본에서 유행한 '터키 목욕탕' 도 터키인들의 자부심에 자주 상처를 냈다.

목욕탕 이름이 퇴폐의 온상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얼마 전까지 우리나라도 퇴폐적 맛사지 문화의 온상지 하면 '터키탕'일 정도였으니 말이다.

다행히 터키의 항의로 터키탕은 일본에서 '소프랜드'와 우리나라에서 '증기탕'으로 바뀌었지만.

이처럼 '터키'가 나라명 터키와 전혀 관련없는 부정적 의미로 불려지자 그동안 터키국민들은 국제사회에 많은 불만을 표출해 왔다,

아울러 영어식 발음 터키(Turkey대신 ‘터키인의 땅’라는 뜻의 튀르키예(Tuerkiye)로 바꿔 불러 달라는 국제 표기 변경 캠페인도 벌여왔다.

이러한 터키인들의 호소와 진정성이 통한 것일까.

지난 1일 유엔이 이를 승인했다고 한다.

한국전쟁에 미국, 영국, 캐나다에 이어 4번째로 많은 2만1212명의 참전군을 보낸 형제의 나라.

수원과도 인연이 깊은 나라.

이제는 ‘튀르키예(Tuerkiye)'로 부르게 됐다.

아울러 희망이 현실이 된 것을 축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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