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 전에도 전화가 왔다.

“형, 000 선거사무실에도 가봐야 하는 거 아냐?”

맞다. 사람의 도리상 그가 지방의원에 출마했는데 안 가볼 수는 없다.

근데 어쩌나, 수원에 오래 살다보니 상대편도 잘 아는 처지다.

대통령 선거나 국회의원 선거는 큰 고민을 하지 않는다. 그러나 지방선거 때마다 갈등이 생긴다. 나와 연줄이 있는 지방의원 후보자를 찍자니 상대 후보자가 신경 쓰인다. 객관적으로 그가 더 적합한 인물이란 생각이 들어서다.

이번 지방선거도 그렇다. 경기도지사·경기도교육감 후보들은 나와 일면식도 없는 처지라서 크게 고민할 필요도 없다. 공약을 보고, 그의 행적이나 인품을 참고해 찍으면 된다.

그런데 수원시장과 경기도의원, 수원시의원 출마자들 대부분은 나와 연이 닿아 있는 사람들이다. 나와 가까운 이들이 이 당 저 당 할 것 없이 출사표를 던지고 인연을 앞세우며 도움을 청하는 바람에 나름 곤란했다. 나도 선호하는 당이 있는데.

이럴 때마다 생각나는 사람은 심재덕 전 수원시장이다. 지방선거 정당공천을 반대했던 대표적인 인물이었다.

그는 1995년 민선 1기에 이어 2기 수원시장에도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됐다. 도지사나 시장 군수, 구청장, 지방의원들이 당적을 가져선 안 된다고 역설했던 ‘지방선거 정당 공천 폐지론자’였다.

나중에 국회의원이 되고 나서도 지방선거 정당 공천 폐지 운동을 계속했다. 2004년엔 기초단체장 정당공천제 폐지를 내용으로 하는 지방자치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으며 2005년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의 기초자치단체장 정당공천 결정에 반대하며 단식농성을 하기도 했다.

지방정치를 중앙정치에 예속시키는 것은 물론 주민들의 자유로운 선택권을 제한하는 것이라며 “기초단체장 정당공천제 폐지의 당위성을 주장한 분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소신을 행동으로 보여줄 필요성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2008년 1월 정계은퇴를 선언했다.

“반드시 기초단체장, 기초의원 정당공천제가 폐지돼야 한다는 소신을 지키기 위해 국회에서 단식농성도 했으나 저 하나의 힘만으로는 역부족이었다”는 말을 남겼다.

소신 있고 능력을 갖춘 이들이 출마해 공정하게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서는 지방선거의 정당 공천제를 없애야 한다.

그동안 정당공천 폐지 문제가 수차례 논의 됐다. 문재인 대통령도 정당공천 폐지를 선거공약으로 내건 바 있다. 2020년에는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및 복지대타협 특위가 기초선거에서 정당공천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여·야 모두의 손익계산으로 무산됐다.

대다수 의식 있는 국민들은 지방선거 정당공천제에 반대하고 있다. 지방을 위해 일해야 할 기초지방정부 수장이나 지방의원들이 차기 선거를 위해 국회의원이나 중앙당의 눈치를 보며 종복노릇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당공천제의 폐해가 크지만 당장 폐지시키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따라서 내일(6월1일) 실시되는 지방선거에서는 선거공보물을 꼼꼼하게 살펴본 후 정당보다는 수원을 위해 일을 할 수 있는 인물을 선택해주셨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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