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0월 화성행궁 광장 공사가 마무리됐으니 14년도 채 안됐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광장 조성 당시에 있던 건물들의 위치가 감이 잡히지 않는다.

경기도립수원병원과 수원경찰서 위치는 알겠다. 현재 화성행궁 정문인 신풍루가 도립병원 입구였고, 삼정승 느티나무 가운데 북측 나무 옆이 수원경찰서 정문이었다.

두 곳 모두 나와 인연이 깊은 곳이다. 도립병원엔 연탄가스 중독사고로 한동안 입원했었고, 수원경찰서엔 경범죄로 하루 신세를 진 적도 있다. 또 있다. 살벌했던 박정희 군사독재 정권시절, 스무 살 무렵엔 '사상계'라는 잡지를 들고 그 앞을 지나다가 붙들려 들어갔고 꼬박꼬박 말대꾸했다며 뒤통수 몇 대 얻어맞고 빨갱이 소리까지 들었다.

그러니 행궁이 복원되고 광장이 생겼다고 해서 어찌 잊을 수 있을까.

현재의 화성행궁 광장. (사진=김우영 필자)
현재의 화성행궁 광장. (사진=김우영 필자)

하지만 다른 건물들의 위치는 알 수 없다.

행궁광장이 있던 곳엔 내 친구가 살고 있었다. 중학교 때부터 그 집에 드나들며 밥도 얻어먹고 놀곤 했다. 그 친구는 술빵을 잘 만들었다. 막걸리로 밀가루를 반죽해 한두시간 숙성하고 찌면 되는 것인데 먹을 것이 별로 없었던 그 시절, 기껏해야 시골집에서 밀기울이 잔뜩 섞인 개떡이나 먹었던 내 입맛엔 별미중의 별미였다. 욕 한마디 내뱉지 못하던 순하디 순한 그 친구는 뒷날 목사가 됐다는데 스무살 이후엔 만나보지 못했다.

그 인근엔 이달호 박사 부모님의 한옥집이 있었다. 술이 고팠던 어느 날, 부모님이 여행가신 틈을 타 지하실 술창고를 털어 마셨고 대취했다.

수원문화원도 옛 신풍초등학교 정문 앞 짜장면 집 2층에 있었다. 당시 이철수 사무국장께서 백수 상태인 나를 불러 일자리를 만들어 주셨다. 당신이 돌아가실 때 나보고 호상을 맡아달라고 할 정도로 가깝게 지낸 분이었는데 어느 날 미국으로 이민을 떠나셨고 거기서 돌아가시는 바람에 호상 소원을 들어드리지 못했다.

세월이 흘러 1995년 화성행궁 복원사업이 시작됐다. 나는 화성행궁 복원추진위원으로서 홍보부장을 맡아 나름대로 한손을 거들었다. 그때의 이야기는 수원문화원이 제작한 ‘수원화성행궁 복원의 첫 페이지’라는 영상물에 소상하게 담겨져 있다. 나를 비롯해 이홍구 당시 추진위 본부장, 전흥섭 당시 사무국장, 송철호 복원추진위원, 당준상 당시 담당공무원, 김준혁교수 등의 생생한 증언이 있으니 보시기 바란다. (https://www.nculture.org/lib/libraryDetail.do?contentId=83567)

복원까지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당시 심재덕 수원문화원장(이후 수원시장 당선)과 지역원로, 학계와 문화계 인사, 시민들의 적극적 노력, 특히 당시 임사빈 경기도지사의 결단으로 사업이 진행됐다.

2002년 1단계 복원사업이 완성될 무렵 문제점이 드러났다.

이 당시 수원시에 근무했던 김충영 박사는 본보에 연재중인 ‘수원현미경’을 통해 이렇게 증언했다.

“구 국도였던 장안문~팔달문 도로에서 행궁을 볼 수가 없었다. 이는 종로사거리에서 행궁사이의 150m 구간에 4~5층의 빌딩 숲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되자 시민들, 특히 화성을 연구하는 모임인 (사)화성연구회 회원들의 염려가 컸다. 첫째는 화성행궁을 큰길인 구 국도를 지날 때 화성행궁이 보이도록 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많았다. 둘째는 앞으로 많은 관광객이 찾아올 것이고 행사 또한 많아질 것인데 이러한 수요에 대비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그런 연유로 행궁 앞에 광장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광장을 만들려면 그 구역에 있는 우체국과 병원, 약국, 식당, 대서소, 여관, 민가 등을 철거해야 했다. 김충영은 대체적으로 순조로운 보상이 추진됐지만 수원우체국 이전문제로 고심을 해야 했다고 회고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화성행궁 광장이 탄생했다. 코로나19가 창궐하기 전까지 화성행궁 광장에서는 연중 많은 행사와 축제가 줄을 이었다. 행사가 없는 날에도 많은 시민과 관광객들의 발길로 붐볐다. 명실상부한 수원1번지로 거듭난 것이다.

코로나19 거리두기가 해제된 지금 이제 이곳에서는 수원화성문화제와 수원문화재 야행 등 수원을 대표하는 문화관광축제가 벌어질 것이다. 아울러 인근 상가도 들썩거려 지역경제에도 크게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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