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익연리(比翼連理)'.

당나라 때 시인 백거이가 현종과 양귀비의 사랑을 노래한 '장한가'에 나오는 대목이다.

부부가 영원히 헤어지지 않기를 소망할 때 자주 인용된다.

출전(出典)은 在天願作比翼鳥(재천원작비익조/원하건데 하늘에선 비익조가 되고), 在地願爲連理枝(재지원위연리지/땅에서는 연리지가 되길 바라네.)다.

'비익조'는 전설 속의 새다.

이 새는 눈도 하나요, 날개도 하나 뿐이다.

그래서 암수 한 쌍이 합쳐야만 제대로 볼 수 있고 날 수도 있다.

 또 '연리지'는  뿌리가 서로 다른 나무가 허공에서 만나 한 가지로 합쳐진 나무를 말한다.

다른 집안에서 나고 자랐지만, 결혼을 해서 한 가정을 이룬 부부의 화목함을 기원하는 말이다.

그런가 하면 남편이 노래하면 부인이 따라한다는 '부창부수(夫唱婦隨)'도 있다.

거문고와 비파를 타듯 한다는 여고금실(如鼓琴瑟), 평생을 함께 늙어간다는 백년해로(百年偕老), 하늘이 맺어준 배우자라는 천정배필(天定配匹) 등등도 부부의 사랑을 이야기 하기는 마찬가지다.

하지만 둘이서 하나가 되는 일이 어디 그리 쉬운 일인가.

그런 면에서 부부관계 만큼 얄궂은 게 없다.

만남의 행복과 헤어짐의 불행이 늘 공존하기 때문이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란 남녀가 일생을 함께 살아가는 일이 쉬운 게 아닌 탓도 있다.

공통점은 동일한 종(種)에 속한다는 것 뿐이라는 말도 그래서 생겼다.

‘성격 차이’가 ‘경제 문제’와 ‘배우자 부정’보다 늘 이혼사유 1위를 차지하는 것도 이같은 연유다.

헌데도 부부관계에서 가장 많이 쓰는 표현이 ‘칼로 물 베기’다.

살붙이고 살면서 피할 수 없는 것이 부부싸움이고 다시 안 볼 양 다투다 어느 새 살갑게 지낸다고 해서 붙여졌는지는 모르지만.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부부의 연(緣)이 삭아지는 것 또한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최근 젊은 이혼보다 황혼이혼이 더 많은 건수를 차지 하고 있다고 해서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혼인 이혼 통계를 보면 작년 한 해 혼인건수와 이혼건수 모두 감소였는데 황혼이혼의 이혼 건수만 늘었다는 것.

차지하는 비중도 전체 이혼의 50%이상으로 나타났다.

혼인 기간 20년 이상 이혼이 전체 이혼 건수의 37.2%, 혼인 기간 30년 이상 이혼이 전체 이혼 건수의 15.6%를 차지해 그렇다는 것.

아울러 청구자는 남편보다 부인이 훨씬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유는 '셩격차이'에 해당하는 가부장적인 태도, 폭언, 무시, 가정에 대한 소홀 등이 대부분이었다.

고전이지만 지금도 버젓이 유행하는 유머가 있다.

함께 있는 시간을 줄여라. 그래야 의견 충돌로 다툴 일이 적어진다.

같은 취미를 가지지 마라.

서로가 어울리지 않는 게 좋다.

식사는 각자가 알아서 챙겨 먹어라.

TV 채널은 여자에게 우선권을 줘라.

안 그러려면 한 대 더 사라 등등.

다소 과장된 부분이 있지만 변함없이 회자된다.

그제(21일)는 둘이 하나가 된다는 ‘부부의 날’ 이었다.

이혼통계와 함께 부부싸움 통계도 나와 우릴 슬프게 했다.

지난해 매맞은 아내 신고 건수가 1만5000여건이 넘어 매 맞은 남편 신고 건수보다 10배 이상 많다는 사실이 밝혀져서다.

영국 역사학자 토머스 풀러는 이런 말을 했다.

“결혼 전엔 눈을 크게 뜨고 결혼 후엔 반쯤 감으라”고.

인생을 함께 하는 부부간 인연의 끈을 튼실히 하기 위해 새겨 들을 조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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