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힘이 검수완박 법안 본회의 상정을 저지 히기위해 마지막카드로 내민 '필리버스터'.

16세기 카리브해 스페인 식민지와 함선을 공격하는 사람들을 가리키던 말이다.

‘약탈자’를 의미하는 스페인어 ‘filibustero’에서 유래됐다.

정치적인 용어가 된 것은 1854년 미국에서다.

당시 미국 상원에서 캔자스, 네브래스카 주를 신설하는 내용의 법안을 막기 위해 반대파 의원들이 의사진행을 방해하면서부터다.

현재는 여러 나라에서 다수당의 독주를 막기 위한 제도로 활용되고 있다.

그러면서 법안 상정을 못하게 하는 의사 진행 방해 행위를 합법적으로 인정하면서 정치 전략적 차원에서 사용중이다.

세계 최장 필리버스터는 1957년 미국의 상원의원인 스트롬 서먼드가 세운 기록이다.

무려 24시간 18분에 달한다.

당시 그는 흑인 투표권 보장을 위한 법안 제정을 막기 위해 꼬박 하루 동안 연설을 했고 나중엔 전화번호부를 펴들고 읽어 내려갔다.

생리 현상으로 인한 중지를 막기 위해 사우나로 땀도 빼는등 사전에 준비를 철저했던 것으로 유명하다.

우리나라에서 필리버스터가 시작된 것은 1964년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의원시절, 동료 의원 구속동의안이 상정되자 이를 저지 하기 위해 5시간 19분동안 발언을 해서 결국 안건처리를 무산시킨 것이 첫 기록이다.

이후 5년뒤인 1969년 신민당 박한상 의원이 3선 개헌 저지를 위해 국회 법사위에서 10시간 15분동안 필리버스터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무제한 시간을 허용하던 필리버스터는 1973년 국회의원 발언시간을 최대 45분으로 제한하는 국회법 시행으로 사실상 폐지됐다.

다수결의 원칙을 무시하고, 의사진행을 지연시켜 국회의 기능을 마비시킨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39년동안 잠자던 필리버스터가 깨어난 것은 2012년 19대 국회 때다.

국회 선진화 방안의 하나로 ‘무제한 토론제’란 이름으로 부활했다.

그 후 야당의 수많은 필리버스터가 있었다. 국내 최장 기록도 나왔다.

2016년 2월 24일 더불어민주당 의원 시절 은수미 의원이 테러방지법 반대를 위해 10시간 18분동안 한 발언이 그것이다. 이전까지는 1969년 기록이었다.

필리버스터 즉 '무제한 토론'은 재적의원 3분의1 이상 요구서를 의장에게 제출하면 시작할 수 있다.

다만 무제한 토론 효과는 해당 회기에만 국한되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토론중 회기가 종료되면 법안은 자동으로 다음 회기 첫 본회의 표결에 부칠 수 있다.

무제한 필리버스터를 허용하지만 폐해도 방지하는 일종의 안전장치인 셈이다.

최근 정국이 국민의 힘 '필리버스터' 창에 맞서 더불어민주당이 '쪼개기' 법안 상정을 방패로 삼고 나선 모양새다.

덩달아 국회가 일촉즉발 전운이 감돌고 있다.

검찰개혁이라는 명제를 놓고 숨가쁘게 전개되는 여야간 수싸움.

와중에 국민의 등이 터지는 일은 없어야 할텐데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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