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기서 사람들이 걸어 나와 손을 잡는다

마을을 이루고 삶이 시작 된다

거기서 소리가 들려나온다 어깨를 끌어안고 노래 부른다

경계가 사라진다

...(중략)...

오늘 새로운 성이 쌓인다

이 시는 1990년대 후반 ‘수원화성국제연극제’(현 수원연극축제)를 위해 쓴 나의 시다. 노래로 만들어져 행사장에서 몇 년 동안 울려 퍼졌다.

화서문에서 열린 제1회 수원화성국제연극제. (사진=이용창 화성연구회 이사)
화서문에서 열린 '제1회 수원화성국제연극제'. (사진=이용창 화성연구회 이사)

나와 수원연극축제의 인연은 몇 차례 칼럼을 통해 밝힌 바 있다. 1996년 제1회부터 한 번도 빼놓지 않고 이 행사를 지켜봤다.

수원연극축제는 1996년 수원화성 축성 200주년을 기념해 시작됐다. 앞에서 밝힌 것처럼 초창기 행사의 명칭은 수원화성국제연극제였다. 지금은 고인이 된 김성열이 이끌던 수원지역 대표 연극단체 ‘극단 성’이 시작했지만 국제연극제로 성장시키기 위해 수원화성문화재단(초대 이사장 김동휘)을 설립, 1999년부터 행사를 주최했다. 수원화성문화재단은 뒷날 수원문화재단으로 통합됐다.

첫 번째 연극제에는 중국 길림성 경극단, 미국 오하마매직시어터, 일본 신주쿠양산박, 러시아 유고자빠제와 한국의 극단 성이 참가했는데 관객과 언론의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나는 초창기에 이 행사의 집행위원으로서 이 행사를 기획하고 홍보했다. 외국어도 못하면서 외국공연단을 접대하는 일을 맡기도 했다. 그러니까 나름 이 연극제의 산 증인인 셈이다.

그런데 어느 때부터인가 이 행사는 시민으로부터 멀어지기 시작했다. 수원지역 연극인들이 배제되고 이른바 ‘중앙’이라고 일컬어지는 서울의 연극인과 대학교수들이 행사를 지배하면서 시민들과 동떨어진 행사라는 평가를 받았고 질이 떨어지는 작품으로 인해 관객 수도 급감했다. 타 지역에서 공연했던 작품들을 재탕 삼탕 하기도 했다. 수억 원이 투입되는 큰 행사이면서 내용은 허술했다. ‘그들만의 축제’라는 비난을 받았다.

나 역시 그동안 이 연극제에 대한 비판 글을 신문에 여러 차례 썼다. 이럴 거면 차라리 행사를 폐지시키는 게 낫겠다는 혹평도 서슴지 않았다. 그런 글을 쓰면서 가슴 아팠다.

그런데 2018년부터 행사장소가 옛 서울대 농대자리인 경기상상캠퍼스 숲속으로 바뀌었다. 행사는 대성공이었다. 어둠이 내려앉은 숲에서 펼쳐지는 국내외 연극과 서커스, 퍼포먼스들은 황홀했다.

옛 서울대 농대에서 열린 수원연극축제. (사진=수원시)
옛 서울대 농대에서 열린 수원연극축제. (사진=수원시)

하지만 코로나19로 2년간 행사가 중단돼 아쉬움이 컸다.

기쁜 소식이 들렸다.

수원시가 5월20일부터 3일간 ‘수원연극축제’도 정상 개최하기로 했단다.

정부가 코로나19의 확연한 감소세와 의료체계 안정에 따라 대부분의 거리두기 조치를 해제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23일 화성행궁광장에서 열리는 ‘수원연등축제’와, 어린이날 ‘수원어린이청소년한마당’도 대면 행사로 열린다. 대규모 일자리박람회 등 채용행사와 관광·교육·체육 등 프로그램과 체험도 대면으로 추진된다.

공공체육시설도 전면 개방되고, 각종 생활체육 프로그램과 행사도 활성화된다니 지금부터는 일상이 제대로 돌아갈 것이다. 그럼에도 개개인의 방역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될 일이다.

가슴이 설렌다. 3년 만에 만나는 숲속의 잔치, 수원연극축제가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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