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이 어영부영하는 사이에 80 나이에 이르렀습니다.

돌이켜 보면 바쁘기만 하였지 이룬 것은 별반없이 연습하다 80에 이르렀습니다.

그런데 80이 되고 보니 좋은 점들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그래서 내린 결론이 나이가 든다는 것은 참 좋은 것이로구나 하는 감사하는 마음입니다.

80이 되어 좋은 점들 중에 우선 3가지를 손꼽습니다.

첫째는 부러운 것 없고 아쉬운 것 없이 여유로운 마음이 좋습니다.

둘째는 여자를 볼 때나 남자를 볼 때나 성차별 없이 그냥 사람으로 볼 수 있어 좋습니다.

특히 젊고 예쁜 여자를 대하여도 그냥 사람입니다.

그러니 스캔들같은 번거로운 일들에 휩쓸려 들지 않아 좋습니다.

셋째로 물질에 돈에 별 관심 없이 있으면 나누어 쓰고 없으면 그냥 없는대로 지날 수 있어 좋습니다.

그래서 나는 늙어가는 것이 좋습니다.

마음에 여유가 있어져서 좋고 아쉬운 것 없이 자족하여 좋고 사람들을 이해할 수 있는 폭이 넓어져서 좋습니다.

함석헌 선생이 쓴 글 중에 '죽을 때까지 이 걸음으로'란 제목의 글이 있습니다.

지금의 내 마음이 꼭 그러합니다. 그래서 나는 80세가 된 지금이 좋습니다.

어제 가벼운 마음으로 두레동산을 둘러 보았습니다.
 
두레마을은 봄맞이하느라 분주합니다.

무엇보다 겨울내내 개간한 5000평 농장인지라 채소 심기, 과일나무 묘목 심기, 퇴비 만들기 등등에 한 시간도 허비할 수 없으리만큼 바쁩니다.

지난해 봄에 종균을 심어 놓은 700여 개의 참나무에는 이제 버섯이 자라기 시작합니다.

팔을 걷고 그간에 더 마련한 나무들에 버섯 종균을 심었습니다.

다음 주엔 감자 심기를 시작합니다.

감자는 배추와 더불어 두레마을이 해마다 가꾸는 중심 작물입니다.

올해 감자 심는 양은 지난해보다 늘려 1만5000Kg을 생산하려 합니다.

내일부터 2주가량 부지런히 심어야 합니다.

그리고 과일나무는 개량종 다래나무, 사과나무, 밤나무, 대추나무를 심습니다.

묘목 값만 500만원이니 적은 양이 아닙니다.

밭에 먼저 하여야 할 일이 퇴비 넣기입니다.

진작에 마쳤어야 하는데 일꾼 몇이 코로나에 걸려 회복하느라 아까운 시간을 소비한 셈입니다.

두레마을의 농사일에는 목회자도 손님도 학생들도 얄짤없이 일해야 합니다.

나를 만나러 오는 분들도 무조건 농장 일터로 데려가 함께 일하며 이야기를 나눕니다.

부지런히 일하다 오전 11시 기도 시간이 되면 하던 일을 멈추고 예배당으로 모입니다.

30분간 기도회 가진 후에 점심식사를 하고는 다시 일터로 나갑니다.

특히 올해는 마을 입구 쪽에 식품공장을 짓느라 분주합니다.

260평 공장을 지어 해썹 시설까지 갖추어 늦어도 여름부터는 제품이 생산되어질 것입니다.

보리국수, 도토리국수, 잡곡국수에 참기름, 들기름이 생산되고 약초로 발효하는 효소, 식초가 생산될 것입니다.

그리고 3층 높이로 짓는 별도 건물에는 스마트-팜으로 채소 재배를 하게 됩니다.

두레마을이 이곳 동두천 쇠목골에 세워진 지 십년 만에 올해들어 궤도에 오르는 듯합니다.

그래서 나도 혼자 쉬기는 눈치 보여 온종일 함께 일하였더니 졸면서 이 글을 썼습니다.

졸립지만, 80에 봄맞이는 행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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