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 약이라지만 8년이나 흐른 지금도 세월호 참사를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하고 눈시울이 다시 뜨거워진다.

2014년 4월 16일, 인천항을 출발해 제주도로 향하던 세월호 여객선이 전남 진도 앞바다에서 침몰했다. 수학여행을 떠나던 안산시 단원고 학생을 포함한 승객 304명이 차가운 바다에서 희생됐다.

그날 아침 평택항에서 출발해 중국 위해시로 가는 배 안에서 그 소식을 들었다. 위해항에 거의 도착했을 무렵이었다. 수학여행 학생들을 싣고 제주도로 가던 배가 침몰하고 있으며 구조작업이 진행되고 있다고 했다. 가슴을 쓸어내렸다.

수원에 있는 쉬즈메디병원 이기호 원장을 비롯한 의료진과 함께 있었다. 쉬즈메디병원은 그동안 평택항에서 보따리상이라고 불리는 소무역상인들 가운데서도 여성들의 무료진료를 해주고 있었는데 그해엔 아예 평택~중국 위해를 왕복하는 배에 고가의 진료장비와 함께 승선, 무료 진료를 펼쳤다.

보따리상들은 스스로를 노숙자에 빗대 ‘선숙자(船宿者)’라고 부른다. 대부분 극빈층이어서 건강 이상 징후가 발견돼도 진료는 엄두도 내지 못하는 실정이다. 특히 여성 보따리상의 경우는 더하다. 진료팀은 배에 승선해 여성보따리 상인들을 대상으로 진료를 펼쳐 환영을 받았다.

동행 취재 중인 나에게 한 여성 보따리상인은 “태어나서 이처럼 친절하고 극진한 진료를 받아보긴 처음”이라고 말하며 쉬즈메디 의료진에게 고개를 숙였다.

그렇게 중국에 도착해 다시 배를 타기까지 남는 시간에 위해시의 이곳저곳을 둘러보면서도 내내 불안했다. 계속 안 좋은 소식이 들려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처음엔 전원 구조했다고 했지만 이어 승객들이 갇힌 상태에서 배가 뒤집혀 침몰하고 있다고 했다. 그 승객들은 결국 모두 사망했을 거라고 했다.

한국으로 돌아오는 배에서 검은 밤바다를 바라보며 눈물이 쉴 새 없이 흘렀다. ‘그래도 살아 있어라. 제발...’ 마음속으로 빌고 또 빌었다. 검고 차가운 바다 속에 갇혀있는 아이들을 생각하며 간절히 두 손을 모았다.

그리고 그 이후 한동안 이 나라 전체는 초상집이 됐다. 누구도 웃지 않았다. 침통했다. 음주가무도 사라졌다. 식당과 유흥업소의 매출이 대폭 감소할 정도였다.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거짓은 참을 이길 수 없다/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우리는 포기하지 않는다’

참사가 발생하고 얼마 후 수원시민단체 회원들과 사고가 난 전남 진도 앞바다를 찾아가는 길, 기차 안에서 이 노래를 불렀다.

빛이 어둠을 이기고 참이 거짓을 이기는 그날을 위해.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사회적 피로감이 나타났고 유족들의 고통은 점점 커졌다.

재난·참사 유가족·피해자들의 기록과 증언집에 실린 글들 가운데 세월호 참사 유족 윤경희씨의 절규가 잊혀지지 않는다. “참사 이후 유가족의 건강은 망가졌고 사회적 관계가 거의 끊어졌다. 제대로 된 진상규명도 되지 않았지만 사회는 '피해자다움'만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가족을 잃은 이들에게 “이젠 징글징글하다” “자식의 죽음에 대한 세간의 동병상련을 회 처먹고, 찜 쪄 먹고, 그것도 모자라 뼈까지 발라 먹고 진짜 징하게 해쳐 먹는다”는 정치인도 있었다. “놀러가다가 교통사고를 당한 것”이라는 세력도 있었다.

일베 회원들은 세월호 희생자들을 ‘퉁퉁 불은 오뎅’이라고 야유했다.

이른바 ‘폭식투쟁’이란 것도 언론에 보도됐다. 단식 중인 유족들 앞에서 피자, 치킨, 짜장면을 시켜 먹는 자들까지 나타났다.

그로부터 8년이 지났다. 아직까지도 세월호 침몰의 원인, 구조 작업이 늦춰진 이유, 윗선 책임자가 누군지는 밝혀지지 않고 있다. 그들의 눈물은 지금도 흐르고 있다. 그 눈물이 마르려면 얼마나 더 많은 세월이 필요한 것일까. 지금도 망각은 서서히 진행되고 있는데.

수원시가 지난 1일부터 시청 게양대에 ‘세월호기’를 게양했다. 시는 4월 1~16일을 ‘기억과 약속의 기간’으로 선포, 시청 본관 로비에서 ‘기억과 약속의 기간’ 선포식도 열었다.

“8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면서 세월호 참사가 우리의 기억에서 조금씩 잊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기억와 약속의 기간이 그날의 아픔을 되새기고, 희생자를 추모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란다”는 수원시 관계자의 말이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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