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에 다녀온 지도 벌써 9년이나 된다.

앙코르와트를 (사)화성연구회의 여름 해외 문화재답사 코스로 잡았고 바다처럼 넓은 담수호 톤레삽도 일정에 넣었다.

톤레삽호수로 가는 길에 시엠립주 프놈끄라옴 마을에 들렀다. 시엠립주는 수원시와 자매결연을 맺은 지역이다. 프놈끄라옴은 시엠립 중심에서 약 10㎞ 떨어진 지역인데 가난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빈촌이었다. 원두막처럼 허술한 집에 사는 주민들을 보면서 우리의 옛 시절이 생각나 가슴이 아팠다.

당시 이 지역의 가구당 평균 소득은 겨우 153달러 정도였다,

이곳의 수원초등학교를 방문해 회원들이 마련한 약간의 학용품과 (사)행복캄이 마련한 생필품도 전달했다.

그때 한 매체에 방문 소감을 썼다.

“비록 경제적으로는 궁핍하고 생활 기반 시설이 부족해 불편하게 살고 있었지만 주민들의 표정은 밝았다. 이곳 주민들의 행복지수는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한다. 그들의 표정을 보며 반성을 참 많이 했다. 궁핍한 모습을 보면서 물질적으로 더 가진 우리가 더 행복하다고 생각한 것은 착각이었다. 그들의 미소를 보면서 진정한 행복은 외형에 있지 않고 자신의 내면에 있다는 것을 알았다.”

2004년 수원시는 시엠립주와 국제 자매결연을 체결했다. 이어 프놈끄라옴 마을을 ‘수원마을’로 선정했다. 기반 시설이 전무했던 마을에 수원시의 지원으로 화장실·공동우물·마을회관·도로·다리 등이 하나둘씩 들어섰다.

캄보디아 시엠립주 수원마을 전경. (사진=수원시)
캄보디아 시엠립주 수원마을 전경. (사진=수원시)

제1단계 지원사업으로 학교, 마을길, 도로, 다리, 공동화장실, 공동우물 등 기반시설을 지원했다.

2단계 지원사업은 주민의식 향상과 소득창출 프로그램, 학교역량 강화사업에 중점을 두었다. 마을공동자립작업장과 여성근로자 자녀들을 위한 수원마을 유아 보육센터를 만들었다.

3단계 사업은 교육을 통해 마을의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수원중·고등학교를 건립했다. 이 마을엔 초등학교가 있지만 중고등학교는 6km나 떨어져 있다.

2016년 11월, 수원시는 프놈끄라옴 수원마을에 중·고등학교를 준공했다. 전체면적 1243㎡에 10개의 교실, 교무실, 행정실, 부속동(과학실, 도서실, 컴퓨터실) 등이 마련됐다.

이어 자전거 300대와 생필품 및 완구류, 교복, 의류, 안경 등도 지원했다.

2019년 11월에는 개교 3년 만에 고등학교 첫 졸업생 11명을 배출했다. 이날 마을 주민 900여 명이 모여 큰 축제를 벌였다는 후문이다. 2020년엔 19명, 2021년엔 31명이 졸업했다.

프놈끄라움 수원중고등학교. (사진=수원시)
프놈끄라움 수원중고등학교. (사진=수원시)

4단계 지원사업은 2018년 11월부터 3년 동안 진행됐다. ‘주민의 자립역량 강화’, ‘소득증대지원 사업을 바탕으로 자립기반 구축’이 지원사업의 방향이었다. 2020년 양봉(養蜂) 시범 가구 사업을 시작했고, 2021년에는 버섯재배·새우양식 시범가구를 운영하며 생산물 판로개척에 힘쓰고 있다는 소식이다.

수원시에 따르면 현재 프놈끄라옴 수원마을은 시엠립주에서 가장 쾌적하고 살기 좋은 마을로 변모했다고 한다.

“우리 마을은 수원시의 도움으로 점점 깨끗하고 살기 좋은 마을로 변화하고 있다. 마을 주민을 대표해 감사드리며, 이 고마움을 잊지 않겠다”는 마을 이장 반 쁘렉 씨의 말도 전했다.

“일반 학교에서는 쉽게 배울 수 없는 영어, 컴퓨터, 태권도 강의를 무료로 수강할 수 있다. 프놈끄라옴 마을이 프놈끄라옴-수원마을로 바뀐 후, 엄청난 발전을 이뤘다는 것을 느낀다. 졸업 후 수원중·고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좋은 선생님이 되고 싶다”는 재학생 베띠 리으띠군의 말과 함께.

뿌듯하다. 사막화를 방지하기 위한 몽골 ‘수원 숲 만들기’, 수원에 본부를 둔 세계화장실협회의 개발도상국 공중화장실 지원사업도 수원시민의 자부심을 높여준다.

캄보디아 수원마을에 다시 한 번 가보고 싶다. 마을이 또 어떻게 변했을지. 주민들의 살림살이는 얼마나 나아졌는지 궁금하다. 아, 물론 가는 김에 9년 전 주마간산 식으로 둘러봤던 앙코르와트와 주변 유적지도 찬찬히 보고 싶다.

숙소 옆 노점에서 캔맥주를 팔던 청년은 돈을 모아 사귄다는 여성과 혼인을 했는지 그것도 알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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