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마다 시각은 서로 다르다. 그러다 보니 생각도 다르다. 

올 한해도 이런 생각들이 서로 충돌, 다사다난했다. 그리고 유달리 긴 것처럼 느껴졌다. 

마치 어둡고 습한 터널에 갇혀있다는 답답함도 경험했다. 

이런 상황속에 문득 돌아보니 우리네 삶은 더 피폐(疲弊)해졌다는 느낌이다. 

한층 심해진 코로나19의 공격과 어려워진 경제, 아시타비(我是他非)가 횡행(橫行)하는 사회의 그늘이 그 어느 때보다 짙게 드리워진 탓 아닐까 생각해 본다.

수많은 사연과 상처를 안고 연말이 언제나처럼 우리 앞에 다시 섰다. 

교수들은 이렇게 지나온 올 한 해를 ‘묘서동처(猫鼠同處)’에 비유했다.

“고양이와 쥐가 함께 있다는 의미로 도둑을 잡아야 할 사람이 도둑과 한패가 됨”을 뜻하는 말이다.

묘서동처는 중국 당나라 역사를 기록한 ‘구당서’에 등장하는 내용에서 비롯된 고사성어다.

구당서에는 “한 지방의 군인이 집에서 고양이와 쥐가 같이 지내는 모습을 보고 그 쥐와 고양이를 임금에게 바쳤고, 중앙관리들은 "복이 들어온다"며 기뻐했다. 하지만 한 관리는 "도둑을 잡는 자가 도둑과 한통속이 된 것으로 '제 본성을 잃은 것'이라고 바른 소리를 했다“는 내용을 빗대 사자성어가 생겼다고 한다.

묘서동처를 추천한 이유에 대해 교수들의 설명은 이렇다.

“국정을 엄정하게 책임지거나 공정하게 법을 집행하고 시행하는 데 감시할 사람들이 이권을 노리는 사람들과 한통속이 돼 이권에 개입하거나 연루된 상황을 수시로 봤다” 그러면서 “기본적으로 케이크를 자르는 사람은 케이크를 취해선 안 된다”며 “케이크도 자르고 취하기도 하는 꼴, 올 한 해 묘서동처의 현실을 사회 곳곳 여러 사태에서 목도했다”고 지적했다.

신축년 지나온 나날, 이같은 상황을 보며 올 한해를 살아야 했을 국민들의 피로감이 어느 정도인가 헤아리기 충분하다.

그래서 그런가. 교수들은 이와 함께 ‘사람과 말이 모두 지쳐 피곤하다는 뜻을 담은 인곤마핍(人困馬乏)’과 ‘자기 이익을 위해 비열하게 다툰다는 의미의 이전투구(泥田鬪狗)’도 올해의 사자성어로 꼽았다. 

달리 설명하지 않아도 수긍이 가는 내용들이다.

그러고 보니 올해처럼 많은 어려움이 한꺼번에 밀려온 때가 별로 없었던 것 같다.

더불어 얼마나 더 오래 이 어두운 골짜기를 헤매야 할 지 모른다고 걱정도 해본다.. 

아무리 어려운 상황이라 해도 곧 빠져나갈 희망이 보이면 그리 두렵지 않다. 

그러나 지금의 총체적 난국은 언제가 되어야 그 수습의 가닥이 잡힐 지 그저 막막하기만 하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온 사회가 심각한 갈등 국면으로 치닫고 있어 더욱 그렇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따로 있다. 정부와 정치권이 국민이 무엇을 바라는지 전혀 모른다는 것이다. 

국민의 가장 간절한 바람은 민생의 안정인데 대선에 함몰돼 민생이 실종된지 오래여서다.

때문에 국민들은 정부와 정치권이 국민의 광범한 이익을 대변해야 할 본분을 망각하고 특정 이념집단의 대표 노릇을 하고 있다는 볼멘소리를 여기저기서 토해내고 있다.
 
모두가 계층간 양극화에 맞서 싸워야 할 정치권과 정부가 오히려 손을 놓고 있는 형국이니 기가 막힐 노릇이 아닐 수 없다. 

다가오는 임인년(壬寅年) 새해는 좀더 밝고 편안했으면 좋겠다. 

나날이 줄어드는 서민들의 주머니가 두둑해질 수 있는 기적도 바라고 싶다. 

소수의 이익이 아니라 전 국민의 이익을 위해 일하는 정부도 보고 싶다. 

특히 우리에게 참다운 리더십의 모범을 보여줄 겸손하고 현명한 지도자도 보고 싶다. 

한해의 끝자락에서 간절히 빌어보는 소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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