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누구나 인생을 사는 동안 사람을 만나고 관계를 맺는다.

그 첫째가 태어나면서부터 맺는 부모, 행제, 가족과의 관계다. 

자라면서는 고향사람들과 관계를 맺는다. 

교육을 받고 사회에 진출하면 친구, 동문들과의 관계도 자연스레 맺게 된다. 

우리는 이를 연(緣)이라 부른다.

사람은 이같은 연이 없이 살 수 없다. 

그래서 형성된 것이 ‘연의 네트워크’ 즉 혈연(血緣), 지연(地緣), 학연(學緣)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예부터 유독 세가지 연에 집착하는 경향이 크다. 

또한 특별한 가치도 부여했다. 

특히 오래 지속될수록 서로를 중요한 사람으로 인지하며 별난 관계도 구축했다.  

바로 ‘인맥’이라는 카르텔이다. 그리고 각자의 이해 상관에 따라 적절이 이용하고 활용한다.

해서 생겨난 것이 ‘믿을 건 피를 나눈 친.인척뿐이다’는 가족주의, 타향을 배척하는 지역주의, 능력보다 출신 학교를 중시하는 학벌주의다. 

때문에 많은 사람들은 이를 우리 사회의 가장 고질적인 병폐로 꼽기도 한다. 

어디 지역 출신이고, 어느 학교 무슨 학과 졸업이냐에 따라 친불친이 달라지고  무의식적으로 나타내는 성씨 관련 혈연(血緣) 여부에 따라 공정한 사회 규범이 자주 파괴되고 있어서다.

우리 사회에서 흔히 일어나는 일이라 영화속에도 자주 등장한다. 

대표적인게 오래전 개봉한  '범죄와의 전쟁'이라는 영화다. 

주인공이 병폐라고 일컫는 '삼연(三緣)'을 최대한 활용하며 인생의 부를 축적하는 과정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영화여서 개봉하자마자 많은 사람들의 공감도 샀다.

영화에서 어설픈 조폭으로 나오는 주인공. 그는 영화에서 삼연의 인맥을 만드는데 달인으로 나온다.

그는 조직 내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힘의 원천은 힘 있는 사람과 사돈의 팔촌을 따지는 혈연임을 몸소 증명한다.  

또 조직에서 학연(學緣)이라는 이름으로 사조직을 만드는데도 학별이 얼마나 중요한가도 보여준다

또 세간에서 이야기 하는 ‘빽’ 또는 ‘줄’이라 일컫는 영향력은 검찰이라는 권력을 통해 형성할 수 있으며 이같은 권력을 통해 형성된  빽과 줄은 지위가 높아질수록 단단해 진다는 진리도 깨닫게 해주고 있다.

비록 영화 속이지만 그렇게 삼연을 무기로 살아온 주인공은 말년을  맞이하며 인생을 엔딩한다.  과연 바른 삶이라 할 수 있는가.

영화에서 주는 교훈은 또 있다. 개인의 삶은 홀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산 속의 '자연인'으로 산다 해도 마찬가지다. 세상을 살아가는 이상 학연이나 지연.혈연처럼 어쩔 수 없는 현실인 측면도 있지만, 인위적으로 시도하는 연결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것을 이용하는 사람과 벗어나려는 사람도 반드시 상존한다. 그러한 연결을 과도하게 시도하는 사람은 관계를 망치고 공동체를 무너뜨리기 마련이지만 말이다.

최근 정치권을 한껏 달구고 있는 성남시 대장동 개발과 관련돼 드러나는 각종 사건들.

 영화속 스토리와 판박이다.  

사건을 주도한 주연과 조연들이 모대학 선후배로 연결돼 학연과 연관이 깊고 법조계 인맥을 통해 형성한 카르텔, 즉 지연을 이용해 벌인 일들이어서  섬뜩함마저 느끼며 삼연의 폐해를 실감케 한다.

아울러 우리 사회에 지금까지도 만연한 혈연, 지연, 학연의 끈을 잘라내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가도 다시 한번 절감한다.

적습성성(積習成性)이란 말이 있다. 습관이 오래 쌓이다보면 그게 바로 본성이 된다는 뜻이다.

삶의 절대 필요 요소인 혈연 학연 지연을 이용하는 나쁜 습관, 이제 그 끈을 잘라야 할 때도 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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