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은 그 자체의 의미도 중요하지만, 사실 그 날을 계기로 평소 흩어져 살던 가족 구성원들이 함께 모인다는데 더 큰 의미가 있다. 

그래서 오랜 세월동안 지켜져 왔고 지금까지 전통과 풍속으로 남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전통과 풍습이 어느 틈엔가 사라지고 있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시대에 모이고 싶어도 모이지 못하는 상황이 길어지면서 가속도마저 붙고 있다.

‘마음은 가깝게, 몸은 멀리’.

지난해 추석명절을 앞두고 정부가 강조한 슬로건이었다.  코로나19는 그나마 줄어드는 가족 간의 만남조차 이처럼 막으며 민족의 대이동이라는 풍경조차 바꿔 놓았다. 

올해 역시 마찬가지다. 전국민의 60%가 넘는 백신접종이 이뤄졌다고는 하지만 연일 네 자릿수를 기록하는 확진자 수는 민족 최대의 명절 추석 앞에 또 한 번 우리를 시험에 들게 하고 있다. 

물론 복잡한 셈법을 동원, 작년과 달리 이번 추석 명절에는 백신접종 완료자를 포함해 6인 또는 8인까지 모이는 것을 허용했다.

그럼에도 많은 국민들은 "모일 것이냐 말 것이냐"를 놓고 많은 고민을 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정부의 선택적 두문불출(杜門不出) 요구에 국민들이 혼란스러워하는 형국이지만 보고 싶은 사람 만나고, 먹고 싶은 음식 먹는 게 행복이라는 것을 생각할 때 ‘사는게 무엇인가’를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서로 모여 가족간 일체감과 단결, 그리고 한 조상 밑에 '친척'이라는 혈연 공동체임을 재확인하는 시간인 추석. 

모임을 계기로 든든한 인간관계망을 조성하고 서로에게 책임과 의무도 느끼게 하는 귀중한 시간이 사라진다는 아쉬움이 더욱 실감나는 요즘이다.

이런 때일수록 정부의 역할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지금처럼 국민의 희생만을 강요해선 안된다. 가족간의 관계, 인간과 인간과의 관계마저 소원해지고 있는 현 시점에서는 더욱 그렇다.

따라서 늦었지만 과거와 같이 구태의연하게 시민 협조만 호소하는 대책이 아니라 제대로 된 정책을 내놓을 때다. 

정책의 중심에는 과학적 설명과 장기 비전이 담겨 있어야 한다. 가뜩이나 대선 정국에 함몰돼 있는 국민들의 피로감을 덜어주기 위해선 시기도 서둘러야 한다. 

언제까지 코로나로 인해 언제까지 ‘희망고문’을 당해야 하느냐는 민심이 팽배한 상황에서는 과학적 설명 없는 무작정의 호소는 더 이상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없다. 

오는 10월 시행을 내비치고 있는 '위드 코로나’도 말로만 뜸을 들일 일이 아니다. 서둘러야 한다. 아울러  과학적 데이터도 제시해야 한다. 그래야 국민의 공감과 지지도 얻을 수 있다.

거기엔 선진국가들의 사례 연구를 통해 그 불가피성이나 위험도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우리식의 방안을 포함해도 좋다.  

특히 국민들의 일상 복귀와 자영업자들을 위해서도 시급하다. 자영업자들에게는 '위드 코로나'가 위기 탈출의 변곡점이 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명절 전에 푼다고 생색낸 코로나 상생 국민지원금이 그나마 위안이 된다고 생각할 지 모르겠지만 ‘마른 논에 물대기’식 처방이라 자영업자들에게는 갈증만 더하는 꼴이다.   

그동안 불황으로 이어진 시장 경제를 감안하면, 버티다 버티다 지친 자영업자들이 명절을 맞는 고통은 가늠치 않아도 짐작할 수 있다.  

가족과 함께 겪는 막막함은 둘째치고 주변에서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도 비참함 그 자체다. 

10월 3일까지 연장한 갈짓자형 사회적 거리두기도 자영업자에겐 별 도움이 안된다.

그래서 벌써부터 명절 가족모임은 고사하고 추석 이후 심각해질 불황을 더 염려하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정부의 몫이다. 

국민들이 누적된 피로감 속에서도 새로운 희망을 갖게 하고 가족의 중요성을 다시 확인하게 만드는 그 날이 속히 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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