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마을만들기 활동을 보면 많은 경우 해당 지자체의 공모사업방식을 통한 마을 내 공간정비나 주민역량강화 교육 등 개별목적사업 형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심지어 마을계획조차도 개별사업과 동일선상에서 다루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마을만들기의 목표는 이러한 개별적이고 단편적인 공간정비 및 주민역량강화 등의 달성에 있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추구하는 마을만들기의 목표는 해당 마을의 주민들이 지향하는 목표를 모아 지역내 주민과 행정이 협력을 바탕으로 주민모두와 공유, 합의하고 실행하며, 조성‧정비된 공간 등을 유지관리하는 전반적인 지역공동체 활동과 해당 활동과정을 통한 지역공동체 의식 강화와 활동의 조직화 즉, 지속적이고 주체적인 마을만들기가 가능한 지역공동체 조직의 강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지역의 목표를 수집‧논의‧공유하기 위해 시각화한 것이 바로 마을계획입니다. 즉, 마을계획이란 단순한 지역의 정비목표가 아니라 지역공동체가 지향하는 마을의 미래상을 그린, 그리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활동의 목표들의 모음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럼 이러한 마을계획을 특정 소수그룹의 개별목적성 사업계획이 아니라 지역주민과 행정의 협력을 바탕으로 하는 지역공동체의 활동목표로서의 마을계획이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수립되어야 할까요? 실제사례를 중심으로 확인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 마을계획은 ‘어떻게’는 물론 ‘누가’도 중요하며 진행과정에서 확대되어 갑니다.

우리나라에서 비교적 마을만들기를 모범적으로 수행하고 있다고 회자되는 우리 수원시의 마을계획 수립을 보면, 사업대상마을을 정하고 마을계획 수립사업에 참여하는 사람들을 모집하여 약 2개월 정도의 기간에 걸쳐 그들과 함께 마을을 직접 돌아보기도 하고 마을만들기에 대한 교육도 받고, 워크숍도 진행하면서 마을계획을 수립합니다. 최근에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수립한 마을계획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은 마을사람 누구나 해당지역 전체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고, 또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있어, 해당 활동을 수행할 수 있는 경우에 적합한 방식입니다. 

실제에 있어서는 일반적인 주민들은 자신들의 일상생활을 영위하기 바쁘며, 자신의 주변, 직접 관련되는 경우 이외에는 거의 관심을 갖지 않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시민의식을 봉사정신을 희생정신을 함양해야 할까요? 아닙니다. 인간은 누구나 이기적이라는 것을 이해해야 합니다. 이기적인 것이 마냥 나쁘기만 한 것이 아니라 인류역사의 발전동력이 되어 왔다는 것도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기심이 경쟁심을 낳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인류 보편적 경향이기도 한 이기심은 단순한 부정의 대상이 아닙니다. 자신의 이기성과 타인의 이기성이 충돌할 때 이 이기성간의 밸런스를 절충해 가는 것에 주안점을 두어야 하는 문제로 보아야합니다. 

마을만들기 활동에 적극적인 주민들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은 현실과 같은 상황 속에서의 마을계획은 그 계획의 수립자체가 목표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그 수립과정이 마을만들기 활동에 참여하는 주민들을 이끌어내기 위한 수단이기도 해야합니다. 

즉, 마을계획 수립의 초기과정에서는 전문가들과 함께 수동적으로 멋진 마을계획을 수립하는 것에 집중하기보다는 소수의 사람이라도 마을에 관심을 가지고 직접 활동할 수 있는 사람들이 모여서 행정과 함께 마을계획을 수립해 가면서 더 많은 주민들의 직접적 참여를 유도해 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어떻게 하면 지역 주민들이 마을만들기 활동에 관심을 갖고 참여를 할 수 있게 만들 수 있을까요? 이는 별도의 준비과정으로서의 교육이 아니라 마을만들기 활동 과정속에서 이루어져야 합니다.
  
요코하마시(혼고쵸3쵸매)의 경우를 보면 초기 지역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무엇을 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행정과 함께 지역환경 개선을 위해 노력해 보겠다는 주민자치회장을 포함하는 12명 정도의 주민들이 모여 마을만들기 활동지원을 행정에 신청하였습니다. 시에서는 코디네이터를 파견하여 2005년 3월부터 학습회를 시작, 2006년 11월에 지역의 대표조직으로서 마을만들기 협의회를 구성하고, 본격적인 마을계획수립에 들어가게 됩니다. 

마을계획관련 주요 주민활동경위(혼고쵸3쵸매, 요코하마시)
마을계획관련 주요 주민활동경위(혼고쵸3쵸매, 요코하마시)
마을만들기 조직과 마을계획의 실제(혼고쵸3쵸매, 요코하마시)
마을만들기 조직과 마을계획의 실제(혼고쵸3쵸매, 요코하마시)

1년 6개월간의 학습과정으로서의 마을계획수립 과정을 거치면서, 지역주민들의 마을만들기에 대한 관심을 이끌어 내기 위하여 수시로 마을걷기를 하고, 마을행사도 개최합니다. 설문 등을 포함하여 이과정에서 일어나는 모든 마을만들기 활동은 지역주민이 마을만들기 활동에 관심을 갖도록 하기 위한 기재로 활용됩니다. 특히 마을계획이 수립되기 이전이라도 제안된 과제 중 실현해 나갈 수 있는 것은 우선적으로 실현해 나가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인간은 학습의 동물이며, 지금까지의 경험을 바탕으로 판단을 하게 됩니다. 행정이 아무리 주민과 협력하여 수행하겠다고 주장하더라도 행정과 주민의 협력경험이 부족한 현실속에서 무조건 행정을 믿고 이번은 과거와 다르겠지 하며 신뢰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습니다. 또한, 이웃사람은 아무리 유명한 사람이라도 동네 사람으로 자신과의 갭을 크게 느끼지 않습니다. 

이를 위해 참여한 주민들이 제안한 사항이 실제로 실현되는 과정을 거치면서 비로소 주민들이 민관협력의 마을만들기 활동에 대한 행정의지에 신뢰를 가지게 되며, 자신의 이웃이 그러한 협력의 당사자가 됨으로써 참여의지를 유도해 낼 수 있게 됩니다.   

마을만들기는 참여하고자 하는 이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어야 하며(참여의 개방성), 마을만들기 활동은 누구나 알고자 하면 알 수 있어야 합니다.(활동의 공개성) 

그러나 우리의 경우를 보면 몇몇 사업초기에 모인 주민들이 마을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지역주민의 계획이라 당당히 언급하며, 그 실행과정은 계획수립이후에 행정에 떠맡겨져 있습니다. 더욱이 계획에 참여한 이들의 활동은 계획수립과 더불어 종료됩니다. 그리고 또다른 사업에서 헤쳐모여를 하게 되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것이 우리나라에 많은 마을계획들이 수립되어 왔지만 그것이 진정 지역주민과 행정들이 지속적으로 실현하기 위한 지역목표로서 위치부여 되고 그 실현을 위해 노력되어지고 있는 사례를 찾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즉, 행정과 주민모두 마을단위에서의 협력적 활동경험이 적은 현실 속에서 마을계획의 수립과정은 멋지고 전문적인 마을계획을 수립하는 것을 지향하는 것이 아니라 마을에서의 협력적 공동체 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주민들을 발굴해 내고 이를 조직화 하는 것이 보다 중요한 목표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다만, 마을계획 수립 과정에 있어 계획완성 후 사업실행이 아니라 가능하며 합의된 사업은 우선 수행한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요소이며, 이러한 진행관리형 프로세스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유연한 집행이 가능한 행정예산 운영방식이 우선적으로 검토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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