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가까이 지냈던 후배와 상의할 것이 있어 전화를 걸었으나 한참동안 통화가 되지 않았다. 바쁜 일상으로 전화를 받지 않은 경우가 종종 있는 터라 별 걱정 없이 지내고 있는데, 이틀 후에 전화가 왔다. 후배의 목소리는 쉰 목소리와 더불어 살짝 떨린다는 느낌을 받았다. “무슨 일이 있냐?”, “목소리가 왜 그러느냐?”고 묻자, 아무 일이 없다고 피곤해서 그렇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평소와 다른 음성에 걱정되어 계속 캐묻자 집사람이 암 수술을 받고 요양원에 입원하여 항암과 방사선 치료를 받고 있다는 소식을 접했다. 여러 이야기를 나누면서 애써 “힘내라, 기도하겠다.” 위로했지만 마음이 편치 않았다.

경영학의 마케팅을 전공하였던 학자로서 다시금 의료서비스에 대해 생각에 잠기게 된다. 일반적으로 서비스는 서비스산업과 기업, 제품으로서 서비스, 고객서비스, 본원적 서비스 등의 크게 네 가지로 범주로 나눌 수 있다.

이 중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로 가치가 평가되어야 한다는 본원적 서비스의 중요함을 이야기하고 싶다. 의료서비스는 유형 제품처럼 일정한 형태나 규격이 없고, 객체라고 보기보다는 행위 또는 성과로 보기 때문에 보이지 않고, 만질 수 없는 무형성과 표준화가 어렵다는 이질성 및 생산과 소비가 동시에 일어나면서 소멸한다는 특징을 지닌다.

이러한 의료서비스 제품에 있어 핵심 서비스는 의료소비자인 환자가 앓고 있는 병에 대해 완치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하지만 필자가 후배뿐만 아니라 여러 환자를 둔 보호자들을 접하면서 느끼는 것은 핵심 서비스뿐만 아니라 보조 서비스인 가치증대 보조 서비스의 중요성에 대해 피력하고 싶다.

많은 보호자가 이구동성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환자 돌봄도 힘들지만, 그것보다 더욱 힘들게 하는 것은 좌절감과 병원 이용 시 보호자들을 위한 보조 서비스가 열악하다는 것이다. 이들의 외침을 얼마 전 어머니를 병원에서 간호했던 필자로서도 십분 동의한다. 의료서비스를 받는 의료소비자에게 추가적인 가치를 제공하는 가치증대 보조 서비스는 병원을 유지, 성장시킬 수 있는 필수적인 서비스마케팅 요소임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현재 4차 산업혁명과 더불어 병원에서는 진찰 정보, 결제, 자문, 대기시간 등 많은 면에서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온 것도 사실이지만 2차 의료소비자인 보호자들을 위한 서비스는 열악함을 느낀다. 암 뿐만 아니라 뜻하지 않은 사고와 치료할 수 없는 불치병에 걸린 환자의 보호자들이 하루아침에 불어닥친 전쟁과 같은 현실 속에서 극복해 나갈 수 있는 희망교육과 더불어 그들을 위한 보조 서비스가 절실하다.

병원은 비영리기관으로 분류하지만, 수익을 창출해야만 계속 성장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새로운 비즈니스모델이 구축되어야 한다. 다시 말해 의료소비자들이 원하는 가치를 찾고 제공하는 프로세스와 이를 통한 수익을 창출하는 모델이 구축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환자 당사자인 1차 의료소비자와 2차 의료소비자들인 보호자들에 대한 이해이다. 너무나 고전적인 답변 같지만, 이것은 세월이 지나도 변할 수 없는 진리이다.

필자는 '의료소비자의 이해' 이것이야말로 의료서비스의 출발점이며, 끝이라고 강조하고 싶다. 시중에는 의료소비자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이론서들이 각 분야에서 수없이 출간되었다. 그뿐만 아니라 병원에서 의료소비자들을 이해하기 위한 시도를 지속해서 해오고 있는 가운데 필자가 불쑥 꺼낸 이유는 지금까지 많은 의료기관에서 1차 의료소비자에 대한 서비스에 집중하고, 2차 의료소비자인 보호자에 관한 관심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하루속히 2차 의료소비자인 보호자들을 위한 교육 제공과 운영시스템인 가치증대 보조 서비스 프로세스에 대한 청사진이 준비 되어야 한다. 많은 미래학자가 4차 산업혁명의 주요 업종으로 정보, 의료, 교육 분야이고, 5차 산업혁명의 핵심적인 분야도 의료분야를 꼽고 있다. 이때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의료 비즈니스모델의 재편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2차 의료소비자인 보호자들을 위해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원천기술인 사물인터넷, 클라우드, 빅데이터, 인공지능을 활용하여 그들의 어려움을 오프라인과 온라인 공간에서 해소할 수 있는 노력이 뒤따라 주어야 할 것이다. 이것이 의료기관이 성장할 수 있는 새로운 비즈니스모델이 될 것이다. 끝으로 후배 가정의 행복을 기원하며, 1차 의료소비자뿐만 아니라 2차 의료소비자인 보호자를 위한 가치증대 보조 서비스 비즈니스모델 구축을 통해 글로벌 의료시장을 선도할 의료기관이 탄생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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