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의 가장 큰 폐단은 우리 민족문화에 대한 자부심을 잃게 만든 것입니다. 무려 36년의 세월동안 한민족의 문화는 가치없는 것으로 강요받다보니 정말 그렇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해방 이후 손진태 선생님을 중심으로 하는 역사가들에 의해 신민족주의 사관이 등장하면서 일제의 잘못된 문화인식은 깨트려졌으나 인식의 완전한 개선은 이루어지지 못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자기 지역의 오랜 전통문화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해 저평가하거나 아니면 단절하는 경우가 생기게 되었습니다. 우리 지역도 그런 문화수준이 지속되어 온 것 역시 사실입니다.

우리 수원지역(수원, 오산, 화성)의 시민들도 우리 지역에 있는 문화와 문화유산을 저평가하고 있었습니다.

저 문회유산이 뭐 그리 대단하냐는 식의 표현이 남발하기도 했죠. 저는 이런 모습을 볼 때마다 안타깝기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사실 우리 지역, 다시 말해 정조문화권이라 불리는 산수화(오산, 수원, 화성. 우리는 옛 수원지역을 산수화라 부른다) 지역은 우리 역사상 최고의 문화수준을 갖고 있는 지역입니다.

아니 더 크게 이야기하자면 산수화 지역은 세계적인 문화 콘텐츠와 수준을 가지고 있습니다.

세계문화유산으로 수원화성과 조선왕릉의 꽃인 융릉과 건릉이 있고, 세계기록유산으로 지정된 조선왕조의궤의 핵심 <화성성역의궤>와 <원행을묘정리의궤>도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2017년에는 1790년 정조의 지시로 만들어진 <무예도보통지>도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어 우리 지역의 무예24기를 재연하게 하였습니다.

또한 정조시대 후반기인 1795년과 1799년에 만들어진 만석거와 축만제 두 저수지는 유엔 산하 국제관개배수위원회(ICID)에서 세계유산으로 지정됐습니다.

한 지역에 이렇게 중요한 문화유산과 기록유산이 함께 있는 것은 세계적으로도 그 사례가 없을 정도입니다.

여기에 세계무형유산만 있으면 세계 유일의 세계유산 도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조대왕 능행차는 단순히 행렬의 장엄함 만이 아니라 어머니 혜경궁 홍씨에 대해 효심과 경기지역 백성들의 삶을 직접 보고자 했던 정조의 위민정신이 담긴 행차입니다.

행차에 담긴 수많은 스토리는 전 세계인을 감동시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능행차가 세계무형유산이 된다면 산수화 지역은 세계 유일의 문화유산, 기록유산, 무형유산이 존재하는 유일의 지역이 될 것입니다.

정조때 시작해서 순종황제때까지 이어진 능행차는 연속성이 있다고 생각됩니다. 다만 일제강점기와 해방 이후 산업화 시기에 단절되었었지만 50여년전에 다시 복원되어 해마다 진행되고 있으니 충분히 세계무형유산으로 등재될 수 있다고 봅니다.

다행히 산수화 지역의 정치인들과 행정가들이 서로 힘을 모아 이 거대한 일을 추진하기로 합의했고, 통합기구까지 만든다고 하니 정말 기쁜 일입니다.

이제 산수화 지역의 시민과 전문가들이 결합하여 함께 추진한다면 반드시 이루어 질 것입니다.

꿈은 이루어진다고 하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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