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병원의 접근성이 매우 좋다. 흔히 말하는 ‘메디컬 빌딩’에 들어서면 종합병원 못지않게 다양한 진료과목 또는 비슷한 진료과목으로 운영하는 병원들이 가득 넘친다.

환자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스타일에 맞는 병원을 찾아갈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그러나 많은 정보가 넘쳐나는 이 시대에 개인이 필요로 하고, 원하는 요구에 딱 맞는 정확한 정보를 찾아 병원을 방문하기가 어려워진 것이 가장 큰 단점이기도 하다.

그래서 병원에서는 경쟁 병원과 차별화된 포지셔닝을 선점하고자 다양한 마케팅과 직원 교육에 투자를 하고 '고객관리'를 열심히 한다.

이번 칼럼에서는 ‘고객 관리’에 대해 얘기해 보자.

우리는 ‘관리’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한다. ‘병원관리, 조직관리, 성과관리, 목표관리, 행정관리, 경제관리, 시간관리, 건강관리’ 등을 비롯하여, TV 연애 스토리에서 한번쯤은 들었던 ‘어장관리’라는 단어를 국어사전에서 찾을 수 있을 만큼 ‘관리’라는 단어는 다양한 분야, 용도, 목적에 의해 사용되고 있다.

여기서 ‘관리’라는 단어의 의미를 한번 떠올려 보자. 표준국어대사전에서 ‘관리’의 의미는 ‘어떤 일의 사무를 맡아 처리함’, ‘시설이나 물건의 유지, 개량 따위의 일을 맡아 함’, ‘사람을 통제하고 지휘하며 감독함’으로 설명하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병원이 고객을 관리한다’는 말은 적절하지 않은 표현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가? 그렇기에 필자는 ‘고객관리’보다는 ‘고객관계경영(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이라는 말이 의료경영학적인 접근이라고 생각한다.

고객관계경영(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이라는 용어에서 ‘Relationship’이라는 단어에서 ‘Ship’의 의미는 ‘사이’ 또는 ’큰 배, 큰 선박’으로 해석될 수 있다. 즉, 관계(Relationship)라는 단어는 ‘큰 배를 함께 탄 사이’로 풍랑을 견뎌내며 최종 목적지로 나아가듯이, 고객과 일시적인 관계가 아니라 지속성을 가지고 연결되어 나아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경영학적인 관점에서 “경영이란 다른 사람들과 함께 그리고 다른 사람들을 통해서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일이 이루어지게 하는 과정이다.”로 설명하고 있는 것처럼, 의료경영에서 병원과 고객과의 ‘관계의 지속성’은 매우 큰 힘을 가지고 있다.

(출처 : Pixabay)
(출처 : Pixabay)

'지속성'의 세가지 힘에 대해서 생각해 보자.

첫번째, 병원에서 제공받는 의료도 서비스의 속성을 가지므로 고객의 만족도가 높을 경우 구전을 통해 마케팅효과를 얻게 되므로 병원 운영에 경제적인 효과까지 생각할 수 있다.

예를 들면, 병원과 고객의 관계가 돈독하게 유지된 경우 굳이 말하지 않더라도, 개인의 SNS나 블로그를 통하여 병원의 강점과 의료서비스의 만족도, 직원의 전문성과 친절을 자발적으로 알리고, 누군가 그 병원을 험담하는 경우 병원을 대신해서 입장을 이야기하는 역할을 하는 최고의 홍보대사가 될 것이다.

그 반대로 고객과의 관계가 좋지 않을 경우, 최상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했음에도 불구하고 작은 이유로 고객이 불만족을 표현할 수 있으며, 만약 초기에 원만하게 해결이 되지 않을 경우에는 클레임까지 연결 될 수 있다.

두번째, ‘고객 관계의 지속성’은 미래에도 병원을 지속적으로 이용하겠다는 긍정적인 마음을 갖도록 하여 충성고객으로 전환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준다.

예를 들면, 수많은 정보를 통해 최종 결정을 내려 처음으로 방문했던 병원의 전 직원이 자신에게 집중하여 필요하고 원하는 부분까지도 귀 기울여 의료서비스를 제공해주었다고 느껴진다면 재방문을 하게 될 것이고 나아가 고객을 둘러싼 가족, 친구, 지인과 함께 방문하게 될 수 있다.

고객 한 명과의 지속적인 관계를 단단하게 유지하는 것이 많은 잠재고객과 충성고객을 확보할 수 있는 가치 있는 자산이라는 기억해야 한다.

세번째, '지속성'은 고객의 질병을 예방하거나 치료의 효율성과 효과성을 높일 수 있으며, 치료 후 나타날 수 있는 재발이나 합병증을 줄여주고, 응급상황을 사전에 미리 예측하여 준비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 되므로 궁극적으로 의료서비스를 통해 고객의 건강을 최상으로 관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병원을 방문하여 당뇨를 처음으로 진단받고, 약처방을 받은 환자에게 비상용으로 저 혈당 쇼크 증상과 처치에 대한 메모와 작은 사탕을 제공한다면 고객이 저 혈당 쇼크를 사전에 인지하며, 불안해하지 않고 응급상황까지 예방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고객관계경영'은 아주 사소한 것부터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을 함께 보여준다. ‘관계의 지속성’이 주는 강력한 에너지를 위해서 기존의 ‘고객관리’에서 ‘고객관계경영’으로 변경이 필요하단 생각이 들었다면 반드시 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

단순히 고객과의 관계를 돈독하게 유지하여, 병원의 매출을 높인다는 생각으로 시작한다면 장기적으로 봤을 때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의료경영에서 ‘고객관계관리’는 일반 기업과 다르다. 항상 의료의 본질을 기본으로 고객이 중심이 되어 병원 및 직원과 고객으로 관계를 설정하고 구축하여 지속성을 가지고 유지해야 한다.

성공하는 병원으로 성장하고 싶다면 지금부터 ‘고객관리’를 멈추고, ‘고객관계경영’을 시작해보는 것이 어떨까?

홍성길 전문기자  s1@suwonilb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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