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아 둔 재산을 자녀들에게 물려 주고 싶지만 남은 노후가 조금이라도 걱정된다면 효도계약서나 유언대용신탁을 활용하는 것이 좋다.

‘부모님을 충실히 부양한다’는 각서를 쓰고 부동산을 물려 받은 아들이 이 약속을 어기고 막말에 불효를 저질렀다면 물려 받은 재산을 반환해야 한다는 대법원의 판결(2015다236141 ; 소유권이전등기말소청구소송)이 있다.

이 판례의 내용을 보면, 2003년 12월 Y씨는 아들에게 서울 종로 한옥촌의 시가 20억원 상당의 2층 단독주택을 증여하면서 ‘효도각서’를 받았다. 같은 집에 살며 부모를 잘 봉양하고 제대로 모시지 않으면 재산을 모두 되돌려 받겠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아들은 같은 건물에 살면서도 식사도 같이하지 않았다. 어머니의 간병도 따로 사는 누나와 가사도우미에게 맡겼다. 거동이 불편한 어머니에게는 요양원에 가기를 권하며 막말을 쏟아냈다.

아들에게 크게 실망한 Y씨는 물려준 부동산 소유권을 다시 돌려 달라는 소송을 냈고 대법원은 Y씨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 관계자는 "Y씨의 아들이 쓴 각서에 '충실히 부양한다'는 것은 부모자식간의 일반적 수준의 부양을 넘어선 의무가 계약상 내용으로 정해졌다는 것"이라며 "자녀가 그와 같은 충실한 부양의무를 다하지 못하면 부모가 증여계약을 해제하고 증여한 부동산을 다시 찾아올 수 있다는 취지의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비록 증여했던 재산을 다시 찾아 왔지만,  ‘효도계약서’의 단점은 소송이라는 법적 절차를 통해 많은 비용과 시간을 투입하고 원상회복을 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시간과 비용, 정신적 고통을 줄이며 더 효율적인 대안으로 ‘유언대용신탁’이 활용되고 있다.

유언대용신탁은 재산을 물려주는 사람이 수탁자(금융기관)와 계약을 맺고 피상속인의 생전과 사후로 나누어 재산의 수익자와 상속받을 사람을 정하는 신탁의 한 형태이다.

민법상 유언과 유언대용신탁의 차이는 민법상 유언이 엄격한 형식을 모두 갖추어야 효력을 갖는 반면, 유언대용신탁은 금융기관과의 계약 체결만으로 유언을 대체할 수 있다.

유언대용신탁은 계약의 일종으로 생전에는 자신을 수익자로 정해 신탁한 재산에서 일정 수입을 보장받고 자신이 사망하면 특정인(배우자, 자녀, 손자, 제3자 등)에게 상속되도록 미리 정할 수 있다.

이 경우에도 재산을 상속 받는 자와 재산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받는 자를 따로 정할 수도 있다. 유언대용신탁은 미래에 발생할지도 모르는 예측 가능한 모든 상황에 따라 그 계약의 내용을 정해 놓을 수 있는 유연성이 가장 큰 장점이다.

또한, 신탁은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제1세대 창업주들에게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신탁의 장점인 유연성을 극대화 하여 기존 가업승계제도가 가진 문제점들을 극복하고 창업주 자신의 입지도 확고히 다지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리고 있다.

홍성길 전문기자   s1@suwonilb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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